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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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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0건 조회 570회 작성일 2023-10-20 03:42

본문

[수필] 봄날은 온다

김혜련

 

  “김혜련 선생님, 명퇴하고 뭐 하실 거예요?”

  옆 자리에 앉은 젊은 여선생님이 내게 묻는다. 이 여선생님 특유의 말똥말똥한 눈빛이 꽤나 근사한 답변을 기대하는 눈치다.

  “아무것도 안 할 거예요.”

  “네? 진짜 하고 싶은 게 하나도 없어요?

  “아무것도 안 할 거예요. 아무것도 하고 싶은 게 없어요.”

  “와! 진짜 의왼데요.”

  “굳이 대답하자면 쉬고 싶어요. 그냥 무작정 최소한 1년은 마음껏 푹 쉬고 싶어요. 그것이 제게는 충전이에요.”

  그랬다. 나는 교직생활 34년 동안 탈진할 대로 탈진해 있었고 급기야 완전히 방전된 상태였다. 오랜 세월을 일반계고등학교에서 중요교과인 국어를 가르치며, 정규수업 외에도 조조수업, 보충수업, 방과후수업, 심야수업, 심화수업 등을 했고, 교지•학교신문•소식지•문집 등을 발간했다. 또한 담임으로서 늦은 밤까지 야간자습 감독을 해야 했다. 그 뿐이랴. 일요일에는 방송통신고 담임이자 교과담임으로서 수업과 담임 업무를 동시에 해내야 했다. 학생의 대부분이 성인인 방송통신고는 수업도 수업이지만 퇴근 후 술과 노래방이 빠지지 않는 회식자리가 잦아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니었다. 어쩔 수 없이 참석한 회식자리는 밤 깊은 줄 모르고 계속되고 나는 다음날 아침 일찍 순천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조조수업을 걱정하곤 했다.

  내 교직생활의 방전 리스트의 절정은 아무래도 기숙사 사감을 할 때가 아닌가 싶다. 밤새 잠 못 드는 불면의 시간을 견디며 과로에 지쳐 이틀에 한 번은 코피를 쏟아야 했다. 그 이듬해 봄에는 지리산 극기체험 프로그램 사전답사 갔다가 지리산에서 추락하여 발목이 골절되는 사고까지 당했다.

  생각해 보면 참으로 처절하기까지 한 파란만장한 교직생활이었다. 방전된 상태로 교직생활을 계속하다가는 중병 걸려 죽을 것 같은 절박함이 있었다. 당시 나는 방전은 죽음이고, 충전은 삶이라는 절실함에 잠 못 이루는 밤이 많았다.

  쉰 고개를 한참이나 넘어가고 있는 나 같은 사람이 ‘봄날이 온다’고 하면 비웃을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인생의 봄날은 10~20대, 여름은 30~40대, 가을은 50~60대, 겨울은 70대 이상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나는 통념상 인생의 가을에 와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그러한 사회적인 통념을 거부하고 싶다. 오히려 술에 취해 아무 데서나 잠을 자던 아버지를 찾아 헤매던 참담한 10대 시절은 얼어붙은 겨울이고, 시집살이에 시달리며 파김치가 되었던 30~40대는 가을이 아니었는지 반문하고 싶다.

  명예퇴임하고 교사가 아닌 자연인으로 돌아온 나. 날마다 충전하느라 가슴이 벌렁벌렁 설레고, 등 뒤에 날개가 돋은 듯 훨훨 날아다니는 기분이다. 이 꽃 저 꽃이 나를 부르고, 이 산 저산, 휴양림, 수목원이 어서 와서 쉬라고 유혹하고, 이 바다 저 바다가 힐링하러 오라고 노래 부르는데 내가 몸이 하나라서 애로사항이 많다. 누구 말대로 행복한 비명이다.

  나는 오늘도 억만 송이 국화를 보러 순천만국가정원으로 간다. 아니 룰루랄라 충전하러 간다. 비록 나이 들고 시들어가지만 지속적인 충전으로 지금 이 순간이 바로 내 인생의 봄날이 아닌가 싶다. 내게 있어 봄날은 가는 게 아니고 지금도 부지런히 오고 있다.

 

        노란 원피스가 봄바람에 하늘거리더라

       오늘도 운동화 끈 묶으며

       유채꽃 넘실대는 국가정원길에

       꽃이 피면 같이 감탄하고 꽃이 지면 같이 분위기 잡던

       행복한 그 노래에 봄날은 온다

         - 가수 백설희의 노래 봄날은 간다를 패러디한 봄날은 온다(김혜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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