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딸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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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백원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6건 조회 1,281회 작성일 2005-11-23 18:22본문
구순의 엄마 홀쭉하게 앉아 들깨를 턴다
그 앞에 네 딸은 마주보며 들깨를 턴다
둘째 딸이 목소리 높여 엄마 들으라 노래 부른다
엄마는 큰 소리에 귀가 뚫려
"지난번 노래방에 가서 불렀던 노래 아냐"
딸들은 신기한듯 웃어 젖힌다.
딸들은 두둑하게 옷입혀 엄마 모시고 동산에 오른다
지천에 깔린 도토리 엄마와 딸들이 부지런히 줍는다
엄마는 거추장스러운 듯 겉 바지를 벗었다
그리고 도토리가 아닌 금은보화처럼
도토리 하나하나를 정성스레 주워담으신다
딸들을 거들떠보지도 않으신 채...
넷째딸은 말한다.
내년에도 후년에도 모셔와야겠다고, 저렇게 도토리를 좋아 하시니...
집에 돌아와 부산떠는 네 딸
셋째딸이 엄마 귀에 큰 소리로 말한다
"엄마는 늙지도 않고 아직도 예쁘셔"
엄마는 벽시계를 보며 말씀하신다.
"그런 말 마라 저 시계 소리는 내 생명이 타는 소리같고
바늘이 돌아갈 때마다 시간이 자꾸만 짧아 지는것 같다"
큰딸이 말한다.
"엄마! 나 칠순잔치에 꼭 오셔야 해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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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오영근님의 댓글
오영근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참으로 보기좋은 모습...장수 하시는 것 하나로도 큰 복입니다..아름다운 글 뵙습니다.
고은영님의 댓글
고은영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삶의 한귀퉁이에 기쁨과 서글픔이 교차하고 지나갑니다
좋은글 잘보고 갑니다
손근호님의 댓글
손근호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네따님이시라..홍갑선 시인님도 세따님이신데.. 가족의 기쁨이 잘 보았습니다. 부럽습니다.
정영희님의 댓글
정영희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런 말 마라 저 시계 소리는 내 생명이 타는 소리같고
바늘이 돌아갈 때마다 시간이 자꾸만 짧아 지는것 같다"
우리 모두에게 의미있는 말인가 싶습니다.
어머니! 오래오래 사세요~~^^
윤복림님의 댓글
윤복림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정말 저도 나이가 들면 장수하시는 할머니의 모습같이 아름답고 귀하게 그런 모습을 그려 보았답니다. 요즘 인간극장에 나오시는 할머니의 모습을 그린 글 같네요.
할머니 시인님 아름다우시죠??? 감명깊게 보고 있는 데 이 곳에 올려 주신 글을 다시 보게 되니 더 반갑네요.
박민순님의 댓글
박민순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넘 부럽네요 고운 글주심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