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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산 서정(淸凉山 抒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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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정해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7건 조회 1,457회 작성일 2005-12-05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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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산 서정(淸凉山 抒情)










청량산, 어떤 山일까? 나로 하여금 늘 궁금증을 갖게 만든 산이다. 그곳을 다녀온 산꾼들로부터 감탄의 이야기를 듣곤 했기 때문이다. 마침 기회가 생겨서 친구들과 함께 산행을 떠나게 되었다.

강북구청 앞, 전세버스가 우산도 없이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우리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새벽의 상쾌한 인사들을 나누며 버스에 올랐다. 청량산을 찾는다는 설렘들이 여명(黎明)을 재촉하고 있었다.

버스는 출발하고, 친구 L가 승용차로 버스 후미를 따라오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주최 측의 간단한 산행안내와 안전유의사항을 듣고 김밥으로 조식을 마칠 즈음에 버스는 문막휴게소에 들어섰다. 나와 친구 둘은 L친구의 승용차로 자리를 옮겼다. 경북 봉화의 청량산 입구까지 정든 친구들과 함께 차창 밖에 펼쳐지는 정취들을 만끽하고픈 마음에서였다.

차창 밖에는 한바탕의 오페라 극이 펼쳐지고 있었다. 극은 이미 1막, 2막을 지나고 3막으로 접어든 듯 보였다.“뒷동산 하늘에 회색구름, 동구 밖 실개천에 은은하게 피어오르는 물안개, 초가 한 채 쓸쓸하게 무대 위에 나타나고, 안방에 비올레타가 혼자 죽음을 기다리며 누워있다. 두 눈엔 눈물이 이슬처럼 맺혔다가 유리차창 위에 구른다. 그녀가 한통의 편지를 읽고 나서는‘찬란한 추억이여 안녕’을 부른다. 그녀의 노래가 앞마당에 슬프게 깔린다. 토닥토닥 내리는 빗방울이 슬픔을 더한다. 그때 화려한 의상을 한 알프레도가 헐레벌떡 그녀의 방에 들어서며‘파리를 떠나’를 애절하게 불러댄다. 제르몽이 방문을 열고 들어서며‘아! 비올레타’를 노래하지만 비올레타 슬픈 눈망울로 알프레드의 품에 안겨 숨을 거두면서 조용히 막이 내린다.”

차창 밖에는 산·산중도로·들판·강·시골동네·초록 숲…이 파노라마처럼 이어지고 있었고 무대에는 또 다른 막이 올랐다.“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빨간 함석지붕 안방에 노부부가 나타나 쓸쓸한 심경들을 보인다. 자식들 객지로 출가시켜 보내놓고 둘이서 살고 있는 모양이다.‘제기랄, 비는 왜 오는 거야’하늘에 대고 투덜거린다. 그러다가 부부는 쌈지를 풀어놓고 하투 판을 펼친다. 아내가 노름의 원칙을 말한다.‘안면몰수, 현금거래 외상사절’남편이 염려 말라는 투로 답한다. 하투놀이가 시작된다. 서로가 한 치의 양보가 없이 치열하다. 판이 끝날 때 마다 남편의 쌈짓돈이 줄어들고 얼굴에 홍조를 띈다. 열이 오르는 모양이다. 이번 판에도 남편이 불리하게 보인다. 아내가 한 눈을 파는 사이에 홍사리로 똥을 잡아오고 스톱을 외친다. 아내가 하투 판을 유심히 살펴보고는 한 마디 내뱉는다.‘당신, 똥을 먹으면 안되지라우, 나한테 잡혔는데’”. 나도 모르게 큰소리웃음이 튀어나왔다.

승용차 속 K친구가 하던 이야기를 멈추고는 얼굴을 붉히며 “나는 심각한 이야기를 하는데 그렇게 비웃으면 되냐”고 투덜거렸다. 난 무대 속 연극에 넋이 빠져있었던지라 친구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지 몰랐었다. 친구를 설득하기가 참으로 곤란했다. 나의 그런 설명을 믿어주지 않을 것 같아서였다. 양주동 선생님의 수필, <웃음에 대하여>에 나오는 “웃은 죄”밖에 없다는 이야기와 그분의 수필줄거리를 설명해 줌으로서 다행히 오해를 풀어줄 수 있었다.

어느 듯 청량산입구에 들어서니 매표소직원이 나타나서 산행에 대한 주의사항을 안내했다. 비가 와서 바위가 무척이나 미끄러우니 가능한 바위는 타지 말고 워킹(walking)위주의 산행을 할 것을 당부하는 이야기였다. 그런 당부 때문인지, 아니면 끊임없이 내리는 비 때문인지 산행을 아예 포기해버리고 버스를 지키는 사람들도 있었고, 산행코스를 청량사(淸凉寺)까지만 산보삼아 다녀오려는 사람들로 웅성거렸다. 산행이 시시해질 것 같아서 느낌이 별로였다. 우중산행의 즐거움과 쾌감, 그리고 낭만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 같아서 안타까웠다.

결국 각자의 희망에 따라 팀산행을 하기로 결정되었고, 난 우리 팀의 산행대장 역을 맡게 되었다. 안전산행을 위함에서였다. 우리 일행 팀만은 자소봉정상까지의 산행을 밀어붙일 생각이었다. 자소봉까지 오르는 숲길은 가파르기 짝이 없는 급경사의 길이었다. 청량사까지는 아스팔트포장의 경사길이었고, 거기서부터 자소봉까지는 나무계단으로 이어져 있었다. 초보자에게는 꽤나 고통을 수반하는 코스였다. 한 마디로 이미 정해진 오늘의 산행코스는 바람직하지 못한 선택이었다. 그러니깐 입석에서 웅진전입구로 들어서서 김생굴을 거쳐서 자소봉에 올랐다가 청량사로 내려와야만 편안한 코스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친구들이 주최 측의 코스결정에 투덜댔다.

그만 내려가자고 하는 친구가 나타났다. 오르지 아니하고 중간에서 포기한다는 것은 허락할 수 없었다. 고통이 큰 만큼 정상에 오른 후의 즐거움이 배가 된다는, 그런 맛은 진짜 산꾼이 아니면 맛볼 수 없다는, 피할 수 없으니 즐겨야한다는 이야기들로 낑낑거리며 오르는 친구들에게 힘을 실어주려 애를 써야했다. 그동안 내가 가졌던 청량산에 대한 궁금증이 많기도 했거니와 들어왔던 산꾼들의 감탄을 나의 오감으로 확인하고 싶었고, 또한 친구들에게도 맛보여 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드디어 자소봉정상에 올랐다. 정상아래 운무 속에 펼쳐진 청량산의 풍경은 신선이 노니는 듯 신기하고 아름다웠다. 산자락을 둘러싼 운해(雲海)속에 홀랑 벗고 그냥 풍덩 뛰어들어 유영하며 노닐고 싶었다. 신선들이 사는 세상인 듯 보였다. 신선이 된 마음으로 자소봉표지석에 팔을 걸친 채 카메라에 담았다.

하산길에 청량정사 근처에 다다르니 은은한 피리소리가 운해 속을 뚫고 귓전에 울려왔다. 산속에 은은히 피리소리가 들려왔다. 숲속 어디에선가 신선들이 피리를 부는 듯 보였다. 일행들과 함께 피리소리에 이끌려 간 곳은 '산꾼의 집'이라 불리우는 토막집이었다. 산행객들에게 약차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었다. 우린 비도 잠시 피할 겸 해서 그곳에 들려서 따뜻한 약차 한 잔씩을 나눌 수 있는 낭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신선처럼 따뜻한 차를 마셨다. 주인에게 고마운 마음으로 방명록에 시 한 편 즉흥으로 그려주고 문을 나섰다. “남녘이 고향인 한 점 바람/서울에 놀러왔다가/우리 집 창가에 하룻밤 머물다 남긴 /‘청량산 멋지다’는 쪽지를 보고/비오는 날 마다않고/ 한 숨에 달려 왔노라// 자소봉정상 올라 雲海에 유영하고/하산길 숲 속/ 은은한 피리소리에 이끌려/산꾼의 집 약차 한 잔 얻어마시고/나 神仙이 되어 돌아가노라/

청량산은 신기하고 황홀했었다. 초록의 산자락에 운무를 뚫고 불뚝 솟은 남근바위, 하이델베르그의 ‘시인의 길’처럼 사색과 낭만의 하산길, 계곡의 맑은 물소리, 노니는 산새들의 가무(歌舞), 초록의 숲길 앞에 펼쳐지는 상쾌한 시야, 그윽한 아카시아 향…그것들이 나의 발목을 자꾸만 붙잡았다. 하룻밤 머물고픈 충동을 억제하고 서울행 버스로 발길을 옮겨야만 했다.

청량산, 맑고 서늘하여 신선들이 노니는 곳이었다.






추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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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황영애님의 댓글

황영애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에궁  정 시인님 청량산 근처에 들꽃피는 언덕을 아셨으면 제가 만든 백화차에 도시의 시름을 벗어던지고 가셨을텐데

허순임님의 댓글

허순임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초록의 산자락에 운무를 뚫고 불뚝 솟은 남근바위......
맑고 서늘하여 신선들이 노니는 곳

청량산을 보는 듯 아름답습니다^^
정해영 선생님^^ 산행객을 위해 따뜻한 차를 주신 주인을 훈훈함이 느껴집니다,

박민순님의 댓글

박민순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청량산, 맑고 서늘하여 신선들이 노니는 곳이었다
인천 연수동에 있는 산 인가요
그렇다면 저도 오른적있는데요
바해 선생님 고운 글 감사합니다

고은영님의 댓글

고은영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눈부신 눈 덮힌 청량산 산행에 대장까지 맡으셔서 행복하셨겠습니다
추운 날씨에 건강 유의 하시고 감기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감사드립니다

전 * 온님의 댓글

전 * 온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간 나면 저도 꼭  가보고 싶네요.  바해 선생님!!.  정말  수고 하셨습니다.  좋은  글로  대신  위안을  삼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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