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과거로의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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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정해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1건 조회 1,026회 작성일 2005-12-05 16:27본문
과거로의 휴가
얼마 전만 하더라도 만나는 사람이나 전화를 받다 보면 인사말이 “요사이 어떻습니까?” 라고 물어 왔다. ‘어려운 고통 속에서 살아계시는구먼요?’라는 숨은 뜻을 가득 머금은 말이다. 그렇게 안부를 묻는 이도 심한 고통을 겪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나 어릴 때도 동네의 어르신을 보면 “진지 드셨습니까?”라고 인사를 드렸었고, “그래, 너는 먹었니?”라고 화답을 받곤 하였던 기억이 새롭다. 얼마나 어려웠으면, 얼마나 먹는 일이 소중했으면 그랬을까 싶다.
근데 이번 주(週)의 인사는 또 달라졌다. “휴가는 안가십니까?”가 인사다. 휴가철이 되면 누구에게나 들을 만한 인사이지만 올해의 휴가는 예전과 같은 그런 느낌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마치 휴가를 가지 못할 형편을 걱정해주는 말처럼 들리니 말이다. 다들 휴가를 떠나는 모양이다.
해야 할 일들을 산더미처럼 남겨 두고 일단 떠나야 할 모양이다. 혼돈의 세계로부터 잠시나마 벗어나서 심신을 맑게 만들어야 할 재충전이 필요한 때이기는 하다. 아무리 용을 써도 꿈쩍도 않는 거대한 암석을 옮기기에는 너무나 육적으로 심적으로 우린 허약해져 있다.
휴가를 떠나자! 기차 타고 버스 타고 자전거 타고 걸어서라도 어디론가 가보자! 냇가에 가서 밤에 횃불을 켜 들고 물고기 잡아서 매운탕 끓여 놓고 탁배기 한 사발 마시면서 타 버린 창자에도 생기를 불어 넣어 보자. 원두막에 수박, 참외 따다 놓고, 모처럼 여름 밤하늘과 얘기도 해 보자. 아이들과 함께 감자와 고구마도 한 소쿠리 캐 보자. 발가벗고 냇가에서 물고기들과 어울려 놀아도 보자. 산골짜기 계곡에 발 담그고 미루어 두었던 책이라도 읽자.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에서 큰 대자로 네 다리 뻗고 매미소리 들으면서 낮잠이라도 한 번 실컷 자 보자. 물장구치고 다람쥐 쫓던 어린 시절의 노래도 불러보자. 우리의 어린 시절과 부모님과의 시절로 과거로의 휴가를 떠나 보자. 잠시 日常을 떠나서.
추천6
댓글목록
허순임님의 댓글
허순임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정해영 선생님^^
선생님은 여름휴가로~
전 겨울의 어린시절로~
선생님의 여행은 어떠했나요~
전 다시금 생각케하는 뜻있는 여행이였답니다.
선생님 계신 그곳도 첫눈 소식이 있었지요.
아름다운 글 감사해요^^
제 홈에 퍼놔두 괜찮겠지요^^
편안한 밤 되셔요^^
감사합니다...아주많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