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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주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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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권영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4건 조회 972회 작성일 2006-02-02 17:54

본문

[[[ 용주골 ]]] 
 

두툼하게 옷깃을 여미는 용주골의 오후 볼품없는 앙상한 겨울 나뭇가지 사이로 매달린 하늘빛이 바람에 떼밀려 용주골 허름한 칸막이 집 아래 작은 하천으로 첨벙 되며 들어왔다. 스산한 바람이 허공을 후린다. 정적만 흐를 뿐 너무나 조용하다.

스멀스멀 내려앉는 땅거미를 디디며 가로등은 하얀 불빛을 부둥켜안고 어두운 물빛으로 고개를 내민다. 이상스런 요지경 속 유혹의 불빛도 덩달아 동그랗게 눈을 뜬다. 그렇게 조용하던 물 속 거리가 불야성을 이루며 생기가 돋아난다.

새살처럼 돋는 화려한 불빛으로 겨울옷을 벗어 던진 불나방. 사타구니 뜨거워진 늑대들이 기름 공이를 흔들며 다리 밑 하천으로 배를 띄운다. 노를 젓는 무리들은 바래진 틈을 헤집고 휘적휘적 움직일 때마다 실개천이 출렁이며 붓 도랑으로 변한다. 방탕해진 물 속은 그렇게 밤새도록 출렁인다.

막대사탕 하나 물고 바짓부리에 묻어있을 흔적을 훌훌 털고 하나 둘 사라지는 무리들. 화려했던 불나방들의 하루가 고침으로 눈물 적시며 고단한 삶을 힘들여 채우고 절망의 한숨으로 잠이 든다.

밤의 무법자들이 흘리고 간 흔적들은 썩은 하수구로 허옇게 토악질하고 앙금처럼 가라앉은 물빛으로 아침햇살이 퉁겨 오른다. 그리고 고요롭게 아침이 열린다. 너무나 조용하다
쉿!
어젯밤 무슨 일이 있었나요?
작은 개천으론 영문도 모르는 파란 하늘이 유유히 흘러간다.

 

추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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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김석범님의 댓글

no_profile 김석범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조용한 용주골에 밤의 무법자들....그들의 흔적과 상처..... 유유히 흘러 가지만
그날의 일들은 기억되겠지요....저 하늘의 바람과 별빛은 묵묵히 고개를 숙이면서...
등단을 축하드리오며,  감상 잘 하고 갑니다....!! 

백영자님의 댓글

백영자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탁한 밤이 지나고  맑은  아침이 영원히 지속할순 없을까
정화 의 심성을 기리는 글  감명 깊었습니다. 권영국 시인님  늘 건필하세요 .

홍갑선님의 댓글

홍갑선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의미 있게 감상합니다.
좋은데요. 남정네들이라면 한 번 가슴에 손을 얹고 가만히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앞으로 기대가 큽니다.
늘 건필하시고 건승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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