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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고(肥滿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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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정해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9건 조회 2,079회 작성일 2006-06-04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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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고(肥滿考)





나 어릴 때에는 살이 찌면 부잣집 댁으로 여겨졌다. 처자(處子)가 살이 쪄서 통통하면 부잣집 맏며느리 감이라 했고, 중년 여성은 부잣집 마나님으로 불리었다. 남자가 얼굴이 반지르르 기름기가 흐르고 배가 튀어나오면 풍채가 좋다고 했고, 지주(地主)이거나 벼슬아치로 여겨졌다. 기름진 음식 배부르게 먹고 노동을 하지 아니하고 편하게 지내니 그럴 수밖에 없으리라.

반대로 가난한 평민은 대부분 얼굴에 핏기 없이 거칠고 마르거나 근육질이었다. 먹는 것이 부실하고 농사나 노동을 많이 하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한마디로 식소사번(食少事煩)이기 때문이리라.

그 시절에는 비만(肥滿)이란 어휘를 들어본 기억이 없다. 더욱이 그로 인한 질병 같은 것은 생각조차 가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은 부자들만의 상징이었고, 늘 배고픈 빈자(貧者)에게는 부러움이었다. 농경사회 시절에 빈부의 모습이 그러했다.

그런 사회와 문화권 속에서 내가 태어나고 성장했다. 나의 체구는 학교 운동장 조회시간에 반시간정도 기립자세로 있으면 다리가 아프고 피곤 끼를 느낄 정도로 허약했고, 좋은 표현으로 아주 날씬했다. 애옥살이로 너무 많이 배곯은 탓이라 여겼다. 내 어린 한때의 치기(稚氣)였을지 모르지만 그것은 슬픔이었고 벗어나고 싶은 차꼬였다.

바람처럼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서 나는 깡다구 정신 하나로 버티면서 밤낮으로 공부하며 일에 매달렸다. 하늘도 도와주었다. 산업이 흥(興)하면서 부(富)도 조금씩 축적되어졌다. 하루 세끼 모두 챙겨먹을 수 있게 되었을 즈음에 아들이 태어나고 또 태어났다. 그리고 내가 부모가 되었다. 부모로서 자식들의 공부와 결혼까지의 의무감으로 각고면려의 생활로 근검절약은 계속되어야 했다. 건강을 챙기는 일은 뒷전이었다. 배곯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라 생각했다.

가계(家計)에 여유가 조금 생기면서 참아왔던 식이욕구(食餌欲求)를 충족시키고 싶었다. 그리하여 살이 찌고 싶었다. 작심을 하고 약이(藥餌)도 섭취하고 영양음식들을 골고루 많이 먹기 시작했다. 나도 사람인데 잘 먹고 많이 섭취하면 살이 달라붙을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생각했다. 그래서 오늘날까지 일단 먹는 일에는 용감하고 게으름을 피우지 않는다. 이상스런 재료로 만든 음식만 제외하고 한식이든 일식이든 양식이든 아무거나 잘 먹고 많이도 먹는다. 나의 이런 모습은 배곯음에 대한 한풀이로 비쳐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의 그런 비심(費心)에도 불구하고 식보(食補)로 취한 그 많은 식이(食餌)들은 모두 어디로 사라져버렸는지 적연무문(寂然無聞)이다. 내 나이 지천명인 오늘 이때까지 키나 몸무게가 총각시절과 별반 다를 바 없다는 이야기이다. 어쩌겠는가.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닌가. 그렇게까지 애써보아도 살이 찌지 않는 것을. 그저 지인의 이야기처럼 복 받은 체질이라서, 내가 죽고 나서 때깔이라도 좋겠지…라며 자위(自慰)할 수밖에는. 신의 뜻인 것을.

그렇게 체념하고 나 자신을 자위하면서도 살이 찔 일말(一抹)의 가능성을 찾아볼 요량으로 나의 일상생활을 점검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분명 살이 찌지 않는 요인이 나의 일상 속에 숨겨져 있을 것 같아서였다. 과학적인 시각으로 살이 달라붙지 못하게 하는 요인들을 찾아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살빼기전쟁의 원리들을 역으로 추리하는 일이 빠른 길이었다.

살빼기의 첫 번째 방법으로 열량관리측면을 살펴보기로 했다. 과학의 에너지보존의 법칙이랄까, 열량보존의 법칙을 응용하는 방법이다. 몸으로 섭취되는 에너지의 크기는 영양으로 남는 에너지와 배설되는 에너지의 합이다. 섭취되는 에너지, 즉 보존열량(칼로리)은 그대로 두면 비만으로 연결된다. 그러니깐 살빼기를 하려면 비만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어떡하든 몸속에서 적정량을 초과하는 열량은 배출시키거나 억제해야 함이 자명하다. 이를 위해 통용되는 방법으로는 하나 뿐이다. 즉, 운동이다. 운동의 목적은 열량배출, 즉 열량을 태워날려 버리는 것과 근육을 발달 시키는 일이다. 근육이 잘 발달 될수록 열량들이 근육질에 저장되어서 살이 찌지 않도록 잡아두고 있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르지 싶다. 근육질은 육체적 노동이다. 운동으로 발달될 수 있다. 여성이 남성보다 비만이 많은 것은 바로 그런 이유에서이다. 살빼기를 위한 열량관리측면의 바탕은 대략 그러하다. 그런데 내가 최소한 매주 한번 꼴은 산행을 하고, 평행봉이나 철봉에 매달리고 암산(巖山)을 기어오르거나 나무에 매달리기를 거듭하기 때문에 살이 찌지 않는 지도 모르겠다.

내가 살이 찌지 않는 또 다른 측면을 생각해 본다. 나만의 특이한 생활방법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것은 내가 나 자신에게 살찔 틈을 주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눈을 뜨고 있는 동안에는 잠시도 내 몸을 가만 두지 못하게 부려먹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인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바쁜 생활을 만들어 부치기 때문이다. 내 자신을 혹사(酷使)시키는 것은 ‘죽으면 흙이 될 몸이니 부지런해야한다’는 내 어머님이 하신 말씀 때문이기도 하고 유년기 가난으로부터의 탈출을 위한 몸부림이기도 하다. 나 자신을 그렇게 몰아 부치는 일은 즐겁고 신나는 일이고, 행복한 혹사(酷使)이다. 지금도 그 생각과 실천은 여전하다는 점이다. 만약 그것이 즐겁지 아니했다면, 행복하지 아니했다면 나는 실천하지 못했을지도 모르고 살이 찌게 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살이 찌지 않는 요인들을 찾아보니 어느 것 하나 내 마음이 받아들일 수 없는 것들뿐이다. 좋아하는 산행을 집어치울 수도 없고, 게으름의 여유를 가질만한 성격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내가 섭취하는 열량들은 살 대신에 종일토록 산길을 걸을 수 있는 튼튼한 두 다리와 강한 손아귀 힘을 만들어 준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고 결국 나의 살빼기 소망은 접어야했다. 결과적으로 신(神)이 나의 학창시절에 도시락 한번 허락하지 않으셨던 것처럼 비만 역시도 허락하지 않으시는 것이었다.

비록 신에게 탓을 돌리지 않더라도 수많은 이들이 비하정사(鼻下政事)의 감내로 살과의 전쟁을 치루고 있는 모습도 그렇고, 함포고복(含哺鼓腹)을 즐겨도 날씬하기만 한 나를 모두들 부러워하는 것에서도 그러하다. 세월은 비금주수(飛禽走獸)에게 와는 달리 인간에게는 그 가치관과 문화를 통째로 뒤바꿔 놓는 신기(神奇)의 능력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비주(飛走)는 예나 지금이나 살이 찌고 통통할수록 값이 더 나가나지만 인간에게는 뚱뚱한 이가 부러운 세상에서 날씬한 이가 부러움인 세상으로 탈바꿈시켜 놓았으니 말이다. 아무튼 오래 살고 볼일이다.



추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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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정영희님의 댓글

정영희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부지런 하셔서 살 찔 틈이 없으신 것 같아요.
저도 다이어트 한다고 많이 걸어다녔더니
살이 좀 빠지는 것 같아요.
그래도 선생님께서는 정말 복 받으신 겁니다.^^

전 * 온님의 댓글

전 * 온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현대인의  행복한  투정 이지요.ㅎㅎㅎ
지구상에  굶주리는  사람들  생각해서  절제를 해야  되지 않을까요?.
머물다  갑니다.  깊은 생각으로.....  정작가님!  반가웠습니다.ㅎㅎ

서봉교님의 댓글

서봉교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정해영 선생님 ! 저도 조금 마른 편이라서 선생님 글을 대하니 공감가는 부분이
아주 많습니다

상쾌한 일요일 오후 입니다
행복한 시간 되셔요

금동건님의 댓글

금동건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예 일단 오래사십시요
건강도 다지시고요 주신글 감사합니다

최수룡님의 댓글

최수룡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정해영 작가님 그야말로 부럽습니다.
저는 매일 부지런히 운동을 해도 체중이 줄지않거든요.
저도 다시 한번 분석을 해봐야 하겠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손갑식님의 댓글

no_profile 손갑식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도 한가지 비밀이 있었습니다,,
제가 지금은 정확히 한국체형에 표준입니다만 저 결혼 하기전엔 아내만큼은 좀 풍체가 있는 여자로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지금의 아내와 결혼 했습니다,그런데 요즘 다이어튼가 뭔가시작한지 몇년되더니 나름대로 보기는 좋와젔습니다,
정말 그랬었습니다,
보릿고개 시절,,지금 생각해 보면 시인님 의 글처럼 그랬습니다,,

윤응섭님의 댓글

윤응섭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도 등산을 매주 한번씩은 하는데..
술자리가 많아서 그런지 뱃살이 안빠지던데..
아마도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할 듯 합니다..
진정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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