情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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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오영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9건 조회 1,197회 작성일 2006-09-09 19:05본문
도정/오영근
장날이면
지팡이와 걸 망태를 메고
덕개(德介)할아버지가 오셨다
칡 넝쿨로 엮은 망태 속엔
토끼, 강아지, 병아리 같은 작은 목숨들이
호미, 낫, 까꾸리 같은 살벌한 연장들과
함께 들어 있곤 했다.
어린 나는 늘
그 망태 속이 궁금하여
할아버지 곁을 따라 다녔다.
내 키보다도 더 큰 명아주 지팡이는
할아버지의 합죽 웃음처럼 가벼웠지만
그 가벼운 몸으로 또 한 사람의
사윈 삶을 부축하였다.
덕개(德介)할아버지는 할머니의 정인(情人)이셨다.
소싯적 혼자되신 할머니는
장날마다 손수 빚은 술독을 애지중지 했지만
아버지는 걸핏하면 술독을 깨 버렸고
나는 담벼락에서 숨을 죽였다.
할아버지가 다녀가신
수수깡 울타리에 어둠 짙은 밤이면
남폿불 냄새 나는 이불 속에서도
할머니의 타령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불어!"
"덕개(德介)바다에 어허 얼싸 찬바람 분다"
"얼싸 좋네! -- 하~좋네 군밤이여! ---"
"에 헤라 생 률 밤이로구나!"
2006,09
댓글목록
오형록님의 댓글
오형록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지난 일상들이 그려지는군요
신명난 군밤타령에 들썩이다 갑니다
좋은밤 되세요^^
김상우님의 댓글
김상우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불 속에서도 뒤척이는 할머니의 타령 -
목숨만큼이나 질긴 사랑입니다 !
오! 애재라.
한미혜님의 댓글
한미혜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릴 적 말 안들으면 잡아가는 망태할아버지!
그 망태 속에 들어 있는 토끼!
덕개바다에 부는 찬 바람*
바람이 불어불어 그 분에게도 살랑거리기를 기원하며^^*
정영희님의 댓글
정영희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망태속에서 살벌한 연장들이 여리고 작은
목숨들에게 해나 끼치지 않는지..
걱정하며 따라 다녔을 것 같네요.
글 뵙고 갑니다 오영근 시인님.
윤복림님의 댓글
윤복림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소싯적 혼자되신 할머니의 사랑이 생각나는 고요한 밤입니다.
금동건님의 댓글
금동건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멋진글 대하고 갑니다
잘계시지요
김희숙님의 댓글
김희숙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유년의 기억들이 세상살이에
많은 추억이 되기도 하고 가슴아린 상처가 되기도 하지요.
이 글이 제겐 어쩐지 가슴 싸아~하게 하네요
늘 건강한 일상 이어지길 기원합니다.
웃음 가득하시구요...^^*
김석범님의 댓글
김석범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할머니의 타령소리에 가을의 쓸쓸함도 내려 앉는것 같네요..
김태일님의 댓글
김태일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유년의 추억이 우리 삶에 가장 의미가 있는 것 같더군요.
힘들었을 때, 어려웠을 때의 경험이 우리의 삶을 더욱 살찌우는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