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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가을의 단상 > -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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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은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8건 조회 2,101회 작성일 2006-11-30 14:33

본문

가을이다. 떠남을 준비하는 자들이 어떠한 모습으로 제 자리를 남겨두고 가야하는지에 대한 철학적 사고가 깊어지는 계절 가을이다. 그런 가을 어느 날, 세찬 빗줄기가 아니어서 가을 앓이에 몸살을 더하게 만드는 늦가을 비가 내렸다. 가는 세월이 서러웠나, 소란스런 바람이 빗줄기를 날리고 있는 풍경속으로 한 여름 짙푸름에 시샘을 부리던 잎들은 과거의 푸르름을 잊고 저마다의 색깔로 휘돌아 내려앉고 있었다.

이리저리 나부끼던 플라타너스 너른 잎들이 차장에 부딪치다말고 바닥으로 튕겨져 내려 도로를 온통 커피 향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바람을 타고 내리던 빗줄기에 단풍잎은 내려와 고스란히 별이 되었다. 한 해를 열심히 살아낸 정열의 시간을 붉은 별로 찍어 내린 그 자리에 홍진(紅塵)에 부끄러워진 나의 발자국을 어디다 디뎌야 좋을지 심히 당황스럽게 만들며 내려앉고 있었다. 바람 앞에 가녀리게 흩뿌리던 빗줄기는 노랗게 물든 은행잎을 수북이 쌓으며 내려앉히고 있었다. 거리거리 내려앉은 황금빛 길은 어제를 함께 걷던 이를 잊어야만 하는 누군가에게는 절로 서글픔이 밀려들어 기어이 고개를 떨구게 만들고 있었다. 또 한 켠, 열병에 시달리던 담쟁이넝쿨이 밤하늘 별빛과 소곤거리던 시간들과, 한 낮에 떠오른 반달과 마주하던 시간들을 떠올리며 그렇게 한 잎 두 잎 지고 있었다.

어둠마저 주저앉은 거리에 뒹굴던 낙엽들은 제 몸 하나 편히 누일 곳을 몰라 젖은 몸을 일으키며 바람몰이에 이리저리 휘둘리느라 아우성이다. 같은 뿌리에서 자라 뜨거운 땡볕과 모진 비바람을 함께 했던 나뭇잎들은 떨어져 내리는 순간 서로의 갈 길을 가고 있었다. 바닥에 내려앉는 순간 저마다의 사연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발에 밟혀 아스락 아픔을 토해내며 생을 마감하기도 하고, 자유를 갈망하며 어디론가 훠이훠이 바람을 타고 날아가면서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시간을 소중히 챙기고 있었다.

낙엽들이 굴러다니며 내지른 아우성은 잠잠해지려던 내면에 한 줌 소요를 보태고 있었다. 가을비로 스산해진 날 위안부 할머니가 평생 아껴 모은 사천만 원을 장학금으로 내놓으시고 마지막 하신 말씀이 ‘속이 후련하다’였다는 소식을 들었다. 할머니의 한 평생을 갉아먹고 상처기 낸 조국에게 분노와 원망보다는 사랑으로 용서를 베푸시고 여든을 넘긴 삶을 마무리 지어가는 그 할머님의 모습 앞에 부끄러움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나 또한 이 세상을 잘못 살아내고 있는 증거이리라. 스스로의 선택이 아닌 길로 들어선 할머니는 누군가를 대신해서 한 평생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아오셨던가보다. 고맙고 감사한 마음보다는 부끄럽고 송구스런 마음에 가슴 뜨거운 눈물을 키우고 있었다. 위안부 할머니의 선행을 가슴 깊이 들이던 늦가을 비 추적이던 밤, 나는 어떤 빛깔로 내 일생을 놓아두고 운향(雲鄕)으로 돌아갈까에 대한 사색이 빠지면 안 되는 날이다.

어둠을 탄 커피 잔을 마주하고 거리거리 깊어가는 가을을 내려다보고 있자니, 내 인생의 가을 앞에 서 있다. 지금 나는 나의 가을을 위해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걸까? 오늘을 성실히 살아낸다고 하여 과연 내 인생의 가을 앞에서 정말 후회할 일이 없을까? 나는 진정 내 인생의 가을 앞에서 부끄럽지 않을 말과 행동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걸까? 때때로 삐져나오는 가슴속의 미움 한 조각은 내 인생의 가을날이 되면 모조리 털어낼 수 있을까? 내면의 나와 약속한 일들을 내 인생의 가을보다 앞서 실행해 낼 수 있을까? 지금 나는 내 인생의 가을이오면 온전히 내려놓고 갈 그 무엇이 있는 삶을 살아내고 있는 걸까? 매일매일 어제의 시간과 이별을 하면서 난 진정 자유로웠던가?

어제를 털어내는 일, 돌아서면 그만인 듯한 시간이지만, 결코 가벼이 돌아설 수 없음을 늘 인지하며 살아가야 할텐데라는 생각이 들자 다소 마음이 조급해진다. 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사색에 빠지고 나면 늘 내 인생의 가을 앞에서 허둥대고 있는 내 모습이 보여 서글퍼진다. 아직은 일까? 이제는 일까? 운향(雲鄕)으로 돌아가는 날, 나는 붉은 별로 떨어져 내리고 노란 황금빛으로 쏟아져 내리고, 이별의 열병에 시달리는 담쟁이넝쿨보다는 한 잎 플라타너스의 커피 향으로 떨어져 내렸으면 싶다. 차창에 부딪치면서도 으악 깊은 신음소리 한 번 크게 내보지 못하고, 돌아가는 길목에서도 어느 누구의 책갈피에 한 번 끼여 보지 못하고 마감하는 삶이지만, 가을이 되면 어김없이 도심의 가을을 지켜주고 있는 플라타너스의 너른 잎 같은 모습으로 갈 수 있으면 싶다. 식어버린 커피 빛깔로 가을을 적절히 질리지 않게 만드는 겸손함을 갖춘 플라타너스 잎이니까 말이다.

모든 것이 늘 바람뿐이다. 겸손한 삶을 마감하고 싶다는 실천은 언제나 나의 게으름과 망각이라는 단어를 앞세우면 용서가 될 것으로 믿는 어리석음 앞에 무릎 꿇고만다. 마포대교를 건너다 잠시 내려다 본 비 내리는 한강, 어느 새 여름을 꾸리고 떠난 철새는 잊고 겨울 철새를 맞이하려 검푸러진 강물이 소란스레 출렁거리고 있었다. 내가 두고 간 가을날을 훗날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을 거라 하여, 내 오늘을 가벼히 살아가서는 안 되는 것이리라. 나 돌아가는 날, 적어도 나 스스로에게는 용서 받을 수 있는 삶을 살아냈어야 하는 까닭에서이다. 내일은 오늘보다 좀 더 차분해진 가을이 물러서고, 설익은 겨울이 성큼 다가설 테지? 늦가을 밤바람이 시리다. 가슴 속 만큼이나~~......

- 2006년 11월 29일 밤에 쓰다 -


추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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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금동건님의 댓글

금동건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늦가을의 단상
멋고 아름답습니다
글 뵙고 갑니다

우영애님의 댓글

우영애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 곱고 아름다우시고...
숨소리 누르며 늦가을속으로 빠졌습니다
깊고깊은 심안에 고개숙입니다
고운밤.. 고운꿈 이루소서

이은영님의 댓글

이은영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금동건 시인님, 언제나 밝은 모습에 많은 것을 배운답니다.
새벽 따끈한 국에 밥 말아서 드시고 힘찬 하루 시작하시길요~~ 방긋방긋 ^^*

윤주희 작가님? 시인님? 하! 재주가 많으시니 뭐라 불러드려야 할지
부족한 머리로 목하 고민이랍니다..^^*
아직 김해 바람과 햇살은 따사롭겠지요? ^^*

우영애 시인님,
고운 미소가 언제나 시인님의 시보다 앞서 다가서는 걸 어쩌면 좋아요?
저 아무래도 우영애 시인님의 미소에 포옥 빠진 듯 합니다. ^^*

세 분 모두 12월의 새 아침 활기차게 시작하시와요... ^^*

최경용님의 댓글

최경용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늦가을의 깊은 사색
구절마다 빠져들지않으려고 애를 썼으나
기여히 빠져버리고 말았습니다
가을의 사색에 취하면 약도 없다는데
당장 약구해서 보내주세요, 기다립니다.  감사합니다

이은영님의 댓글

이은영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최경용 시인님,
듣자하니, 사색에  취하면 술이 약이라 합니다.
ㅎㅎ~~, 마시던 와인 한 잔 보내드려요? ^^*

늘 부족한  제 글에 관심가져주셔서 감사한 마음이랍니다.  ^^*

임선희님의 댓글

no_profile 임선희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운향으로 돌아갈 아름다운 날을 위해 이땅을 곱디 곱게 밟아야 함도 이 가을에 해야 할 일인것 같아요. 고운 글에 미소 짓고 갑니다.

이은영님의 댓글

이은영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임선희 작가님의 답 글이 더 고운 것 같아요.
날이 많이 차졌어요. 바람은 씽씽, 몸은 저절로 웅크려지네요.
그래도 마음만은 따사로와야 겠지요?
고운 꿈길이시길요.. 바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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