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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워도 다시 한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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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정해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3건 조회 2,237회 작성일 2007-01-06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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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워도 다시 한 번




『 미워도 다시 한 번 』은 오래 전 스크린에서 눈물깨나 쏟게 만든 감동의 영화작품이라는 것으로 장년층이면 대부분 알고 있다. 그것이 악극으로 꾸며져서 무대에 올려진 것이다. 나와 절친하게 지내는 예술인 L형님의 초대로 동호회회원들과 함께 악극으로 재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영화나 연극이란 것이 감상하기 전에 그 내용을 미리부터 알아버리면 흥미가 떨어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멋진 영화 한편 감상하고도 아직 감상하지 못한 친구에게 그 스토리를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 상대에 대한 배려이다. ‘미워도 다시 한 번’은 비록 그것을 악극으로 변신시켰을지라도 어릴 적 이미 영화로 보았기에 큰 관심이나 흥미를 불러일으키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큰 기대감 없이 단지 L형님이 등장한다는 관심 하나로 무대가 있는 리틀엔젤스회관으로 갔다.

티켓을 들고 좌석을 찾을 때만 하더라도 관객석은 텅텅 비워 있어 썰렁한 느낌마저 들었다. 역시 그렇구나‥하던 내 생각은 무대의 막이 오를 시간에 임박해서 산산이 부서져버리고 말았다. 그 넓은 허허한 좌석들이 하나도 남김없이 관객들로 가득차고 말았기 때문이다. 관객은 가끔 젊은 층들이 눈에 뜨이긴 했으나 역시 4060세대들이 주류를 이루었다.

막이 오르고, 연극은 무대 위에 ≪충남 서산 앞바다의 자그마한 섬, 밤섬이라는 어촌이 배경으로 들어서면서부터 시작된다. 총각선생님은 경찰간부인 아버지가 정 회장댁 따님과 결혼하라는 것을 뿌리치고 경성을 떠나 낙도 밤섬의 조그마한 초등학교로 떠난다. 밤섬에서 어린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의지를 불태우던 어느 날 선생님은 서울로 다시 돌아가야겠다는 결심을 한다. 미남의 총각선생님에게 마음을 품은 밤섬의 문숙 처녀와 동네 처녀들이 소문을 듣고 슬퍼한다.

선생님이 떠나기로 한 전 날 저녁 처녀들은 선생님의 하숙집으로 달려온다. 하숙집의 수정이네 집 할머니로부터 선생님이 떠나지 않기로 했다는 소식을 듣고 모두들 기뻐한다. 선생님이 결심을 바꾼 이유는 도시로 나갔던 수정처녀가 고향인 밤섬의 학교로 부임하여 온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수정이가 다음날 여행용 큰 가방을 들고 밤섬에 나타나고, 총각선생님은 수정과 함께 밤섬의 어린이 교육은 물론 낙도의 문맹퇴치와 같은 뜻있는 일을 하면서 살아갈 것이라 결심을 한다. 마침내 선생님은 수정에게 자신의 뜻을 이야기하고 사랑을 고백하며 "일심동체"가 되기를 설득한다. 선생님의 그런 이야기에도 수정은 전혀 놀라지 않는다. 수정의 마음속에도 선생님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 엿보이게 되고 마침내 선생님의 키스를 받아들인다. 그 키스가 얼마나 달콤했을는지는 내가 장본인이 아니라서 모르겠지만 아마도 짜릿하고 황홀한 맛이 아닐까 싶다. 악극을 마치고 몇몇 연기인과 식사자리를 함께 했었는데 총각선생님 역할을 맡았던 주연 배우에게 그 맛이 어떠했는지 물어 본다 것을 깜빡 잊고 말았다.

수정은 선생님의 이야기 중 "일심(一心)"에 대해서는 이해가 되었으나 "동체(同體)"가 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의아해 한다. 선생님은 그것이 어떤 것인지를 가르쳐 주기 위해서 수정을 더욱 으쓱한 곳으로 끌고 간다. 이 장면에서 관객석 여기저기에서 의미심장한 야릇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런데 관객들로 하여금 미루어 짐작토록 극에서는 동체가 되어가는 과정을 기술적으로 생략하고 있었다. 각본은 관객이 장년층의 주류로서 그것이 어떤 과정으로 이루어질 것인지를 이미 잘 알고 있다는 전제를 두고 있었다.

그리하여, 극중 이야기는 얼키설키 이러쿵저러쿵… 숨 가쁘게 펼쳐지고, 극중 중간 중간 흘러간 추억의 노래들이 흘러나와 관객들을 추억의 어린 그 시절로 슬그머니 끌어다 넣는다. 그러다가 또 연사가 나타나서 특유의 재치로 관객들로 하여금 한바탕의 웃음을 자아내게도 만든다. 그런 중에 무대 뒤편 어둠속에서는 어촌과 농가들이 바쁘게 장치되고, 경성의 빌딩들이 재빠르게 지어 올려진다.

선생님은 아버지가 보낸 경찰부하들에 의해 서울로 끌려가고, 선생님은 병석에서 사경을 헤매는 아버지의 소원을 들어주어서 불효를 면할 것인가? 아니면 밤섬으로 달려가서 수정과 사랑을 나누며 자신의 의지를 불태울 것인가를 고민하다가 결국 아버지의 소원을 들어주게 된다. 그것은 결국 수정과의 사랑에 있어서 또 다른 슬픔과 불행을 잉태시키는 씨앗이 되고 만다.

수정이 문숙의 귀띔으로 경성으로 달려오고, 우여곡절 끝에 선생님을 만나 서울에서 새살림을 하게 되고 사랑과 행복의 꿀이 흐르는 생활이 진행된다. 수정은 선생님이 정 회장의 따님과 결혼한 기혼사실을 전혀 모른다. 꼬리가 길면 들키는 법, 결국 들통이 나고, 정 회장댁 장모와 본마누라가 나타나서 새살림은 풍비박산이 되고 만다. 결국 수정과의 사이에 태어난 아들 훈을 본마누라에게 빼앗기고, 수정은 병원에 입원하여 자신이 얼마 살지 못할 병에 걸려있음을 의사로부터 듣게 된다. 수정은 훈이의 장래를 위해서 아들을 본마누라에게 부탁하고 고향 밤섬으로 떠난다.

훈이가 엄마와 떨어지지 않겠다고, 엄마와 함께 살겠다고 울부짖는 소리가 관객들을 펑펑 울린다. 대장금의 어린 아역을 맡았던 조정은이 이번에도 남장으로 훈이 역을 맡았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선생님의 모습이 관객들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는다.

수정이 밤섬으로 다시 돌아오는 날, 연로하신 할머니가 외손자가 달려오는 헛것을 보고 훈이의 이름을 애를 끊는 듯이 불러대다가 그만 세상을 떠나고 만다. 할머니가 타계하시고, 수정이가 심청전을 읽어 보았는지 세상을 하직하려 바닷물에 몸을 던지려한다. 영화나 연극이 언제나 그러하듯이… 수정이 고무신 두 짝을 벗어두고 벼랑 끝에서 바닷물로 뛰어 내리려는 바로 그 때 수정의 언니 팔푼이가 헐레벌떡 나타나서 선생님과 훈이가 왔다고 알려준다.

수정은 절벽에서 내려오고 무대 오른편에서 선생님과 훈이가 나타난다. 이때부터 관객석은 무대 위 하얀 포말처럼 눈물의 바다를 이루기 시작하고 여기서 훌쩍, 저기서 흑흑거리는 소리가 흘러나온다. 나도 흘러내리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어서 곁에 앉아있는 동료회원의 옷에 눈물을 닦고, 동호회 형님이 걸쳐둔 코트에 몰래 콧물을 닦아야했다. 그리곤 악극이 끝나서도 차마 내가 그랬노라고 이야기 해 드릴 수가 없었다.

수정은 선생님과 훈이 앞에서 숨을 거두고, 불과 몇 분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에 한줌의 재가 되어 훈이의 손에 들려져서 바다에 뿌려진다. 훈이가 비통한 마음으로 엄마를 불러대고 관객석은 그만 눈물바다로 변한다.

훈이가 그렇게 관객들을 실컷 울리고 나자 갑자기 무대에는 남녀 무희들이 등장하고 상쾌한 춤판이 벌어진다. 울고 있던 관객들은 자신도 모르게 신나는 굿판 속으로 빠져들고, 죽었던 훈이 할머니와 수정이도 느닷없이 나타나고, 문숙아버지 박 노인(L형님)을 비롯한 80여명의 연기자 모두가 무대에 나타난다. 그들은 언제 내가 죽었었고, 언제 내가 슬프게 울었냐는 듯이 상쾌한 모습으로 관객을 향해 절 올리고 손을 흔들면서 막은 내려진다. 그리곤 관객석에 조명이 들어오면서 너도 나도 흐뭇한 표정과 환한 모습들로 자리를 뜬다.

정말 오랜만에 슬픔이라는 감성으로 눈물깨나 흘려본 악극이었다.
『 악극, 미워도 다시 한 번 』는 영화와는 사뭇 다른 새로운 감동과 정서를 맛볼 수 있었던 것 같다. 하나의 작품을 가지고 취하는 양식에 따라서 문학의 장르가 결정된다. 악극이라는 것은 그중에서도 희곡이라는 문학의 장르(genre)를 취하여 무대·연기자·관객이란 세 가지 요소로 구성한 하나의 예술이다. 그러니깐 예술은 어머니이고, 문학과 희곡은 아들인 셈이다. 문학이 두뇌를 이용한 예술이라면 연극은 몸과 마음 모두를 이용한 예술이다. 전자를 정적(靜的)인 것이라면 후자는 동적(動的)인 것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이 문학이든, 악극이든 연극이든 어쨌든 예술이라는 범주 속에 존재하고 추구하는 것은 하나다. 즉, 아름다움,‘미(美)’인 것이다.

삶은 곧 행복추구이다. 행복은 ‘느낌’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이고, ‘느낌'은 곧‘정서(情緖)'다. 아름다운 정서는 행복창조의 근원이고, 그것은 예술을 통하여 얻을 수 있는 소중하고도 귀한 것일진대 「악극, 미워도 다시 한번」은 일속에 파묻혀 사는 나의 정서생활을 일깨워 준 멋진 선물이었다.


추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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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김상중님의 댓글

김상중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소한의 추위를 눈이 알립니다. 미워도 다시 한번 바라볼 여유는 인간적인 만남이 아닐런지요!
새해도 큰 작품 남기시길 기원드립니다.

장윤숙님의 댓글

장윤숙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미워도 다시 한번 .. 그 영화를 볼 때마다 눈물 한 바가지씩 흘리지 않고는 차마 어쩔 도리가 없었는것 같아요
이렇게 다시 글로 뵈오니 영화를 보는 것보다 더 생생하게 기억됩니다.
그 아이는 지금 뭘 할까요 ? ^^
눈 내리는 겨울 날 시인님의 글을 뵙고 갑니다. 눈처럼 평화로운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히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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