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꽃-보들레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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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박태원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 댓글 5건 조회 1,552회 작성일 2007-01-10 12:42본문
글/샤를 피에르 보들레르 [Charles-Pierre Baudelaire 1821~1867]
어리석음, 과오, 죄악, 탐욕이
우리 정신을 차지하고 육신을 괴롭히며,
또한 거지들이 몸에 이.벼룩을 기르듯이,
우리의 알뜰한 회한을 키우도다.
우리 죄악들 끈질기고 참회는 무른고야.
고해의 값을 듬뿍 치루어 받고는,
치사스런 눈물로 모든 오점을 씻어내린 줄 알고,
좋아라 흙탕길로 되돌아오는구나.
흘린 우리 정신을 악의 배갯머리에서
오래오래 흔들어 재우는 건 거대한 <악마>,
그러면 우리 의지의 으리으리한 금속도
그 해박한 연금술사에 걸려 몽땅 증발하는구나.
우릴 조종하는 끄나풀을 쥔 것은 <악마>인지고!
지겨운 물건에서도 우리는 입맛을 느끼고,
날마다 한걸음씩 악취 풍기는 어둠을 가로질러
혐오도 없이 <지옥>으로 내려가는구나,
구년묵이 똥갈보의 시달린 젖을
입맞추고 빨아먹는 가련한 탕아처럼,
우리는 지나는 길에 금제의 쾌락을 훔쳐
묵은 오렌지처럼 한사코 쥐어짜는구나.
우리 뇌수 속엔 한 무리의 <마귀> 떼가
백만의 회충인 양 와글와글 엉겨 탕진하니,
숨 들이키면 <죽음>이 폐 속으로
보이지 않는 강물처럼 콸콸 흘러내린다.
폭행, 독약, 비수, 방화 따위가 아직
그 멋진 그림으로 우리 가련한
운명의 용렬한 화포를 수놓지 않았음은
오호라! 우리 넋이 그만큼 담대치 못하기 때문.
허나, 승냥이, 표범, 암사냥개,
원숭이, 독섬섬이, 독수리, 뱀 따위,
우리들의 악덕의 더러운 동물원에서,
짖어대고, 노효하고, 으르렁대고 기어가는 괴물들,
그중에도 더욱 추악 간사하고 치사한 놈이 있어!
놈은 큰 몸짓도 고함도 없지만,
기꺼이 대지를 부숴 조각을 내고
하품하며 세계를 집어삼킬 것이니,
그 놈이 바로 <권태>! - 뜻없이 눈물 고인
눈으로, 놈은 담뱃대를 물고 교수대를 꿈꾸지.
그대는 알리, 독자여, 이 까다로운 괴물을
- 위선의 독자여, - 내 동류여, - 내 형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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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 보들레르샤Charles-Pierre Baudelaire 1821~1867]
1821년 신부에서 환속한 아버지와 신앙심 깊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리옹의 기숙학교를 거쳐 파리 루이 르 그랑 중고등학교에 입학하여 생트뵈브를 탐독하고 라틴어 시작에도 재능을 보였다. 그러나 사소한 사건으로 퇴학당한 후 진로를 놓고 부모와 갈등이 시작되자, 이때부터 자유롭다 못해 방탕한 생활에 빠져들었다. 잔 뒤발, 마담 사바티에를 만나 사랑에 빠져드는 한편, 미술 평론으로 이름을 얻었으며, E. A. 포의 작품 번역에도 열의를 보였다. 1857년 오랜 시간 써온「악의 꽃」을 출판한 후 시인으로서의 명성은 얻었으나 신경성으로 인한 건강 악화와 생활고로 괴로움을 겪었다. 문학 강연을 위해 찾은 벨기에에서 쓰러진 후 회복하지 못하고, 1867년 4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나 파리 몽파르나스 묘지에 묻혔다.
댓글목록
장윤숙님의 댓글
장윤숙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올려 주신 글 잘 읽고 갑니다.
손근호님의 댓글
손근호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p><img src="http://www.sisamundan.co.kr/bbs/data/20062/66.jpg" width="382" height="299" border="0"></p>
명시감상을 하게 되었습니다. 좋습니다.
최경용님의 댓글
최경용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손근호 발행인님
백만불 짜리 덧글
좌우지간 기발합니다
밤새 보고있어도 화면을 지우기가 아까워 체증이 시원히 뚫어집니다
박태원 시인님
보들레르, " 의 악 의 꽃,"
19세기의 詩임에도 현대시와 차감없이 시감할 수 있고
현세의 세속을 노래함과 차이를 못느끼니 친화속에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시를 이어가는 조류도 우리의 사조와 흡사함을 엿 봅니다
많은것을 얻게 하여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최경용님의 댓글
최경용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손 발행인님 두 병아리에 인사하는 그림을 내그림 모음집에 옮겨 놓았습니다
다음 꺼내 쓸때는 손발행인님 작 으로 표기하고 사용해도 되겠는지요?
신정식님의 댓글
신정식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고운 시향에 머물다 갑니다
믿음으로 소망으로 사랑으로 건필하시면서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