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오시는 방법(-클릭-) 회원가입은 이곳으로 클릭++^^ 시작페이지로 이름 제목 내용

환영 합니다.  회원가입 하시면 글쓰기 권한이 주어집니다.

회원 가입하시면 매번 로그인 할 필요 없습니다.

(추천시)백석 시인

페이지 정보

작성자 : 박태원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 댓글 4건 조회 1,447회 작성일 2007-01-13 01:07

본문

*남신의주(南新義州)유동(柳洞)박시봉방(朴時逢方)

 

                              글/백석

 

어느 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고, 또,
아내와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
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
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 끝에 헤매이었다.
바로 날도 저물어서,
바람은 더욱 세게 불고, 추위는 점점 더해 오는데,
나는 어느 목수(木手)네 집 헌 삿을 깐,
한 방에 들어서 쥔을 붙이었다.
이리하여 나는 이 습내 나는 춥고, 누긋한 방에서,
낮이나 밤이나 나는 나 혼자도 너무 많은 것같이 생각하며,
딜옹배기에 북덕불이라도 담겨 오면,
이것을 안고 손을 쬐며 재 위에 뜻없이 글자를 쓰기도 하며,
또 문 밖에 나가지두 않구 자리에 누워서,
머리에 손깍지베개를 하고 굴기도 하면서,
나는 내 슬픔이며 어리석음이며를 소처럼 연하여 쌔김질하는 것이었다.
내 가슴이 꽉 메어 올 적이며,
내 눈에 뜨거운 것이 핑 괴일 적이며,
또 내 스스로 화끈 낯이 붉도록 부끄러울 적이며,
나는 내 슬픔과 어리석음에 눌리어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을 느끼는 것이었다.
그러나 잠시 뒤에 나는 고개를 들어,
허연 문창을 바라보든가 또 눈을 떠서 높은 천정을 쳐다보는 것인데,
이때 나는 내 뜻이며 힘으로, 나를 이끌어가는 것이 힘든 일인 것을 생각하고,
이것들보다 더 크고, 높은 것이 있어서, 나를 마음대로 굴려가는 것을 생각하는 것인데,
이렇게 하여 여러 날이 지나는 동안에,
내 어지러운 마음에는 슬픔이며, 한탄이며, 가라앉을 것은 차츰 앙금이 되어 가라앉고,
외로운 생각만이 드는 때쯤 해서는,
더러 나줏손에 쌀랑쌀랑 싸락눈이 와서 문창을 치기도 하는 때도 있는데,
나는 이런 저녁에는 화로를 더욱 다가 끼며, 무릎을 꿇어보며,
어느 먼 산 뒷옆에 바우섶에 따로 외로이 서서,
어두워 오는데 하이야니 눈을 맞을, 그 마른 잎새에는,
쌀랑쌀랑 소리도 나며 눈을 맞을,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나무를 생각하는 것이었다.

 

 

 

*나와 나타샤와 흰당나귀

 

                      글/백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아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를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디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흰바람벽이 있어

 

            글/백석

 

오늘 저녁 이 좁다란 방의 흰 바람벽에

어쩐지 쓸쓸한 것만이 오고 간다

이 흰 바람벽에

희미한 십오촉 전등이 지치운 불빛을 내어던지고

때글은 다 낡은 무명샤쯔가 어두운 그림자를 쉬이고

그리고 또 달디단 따끈한 감주나 한잔 먹고 싶다고 생각하는 내 가지가지 외로운 생각이 헤매인다.

그런데 이것은 또 어언 일인가

이 흰 바람벽에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있다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이렇게 시퍼러둥둥하니 추운 날인데 차디찬 물에 손은 담그고 무이며 배추를 씻고 있다

또 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내 사랑하는 어여쁜 사람이

어늬 먼 앞대 조용한 개포가의 나즈막한 집에서

그의 지아비와 마조 앉어 대구국을 끓여 놓고 저녁을 먹는다

벌써 어린것도 생겨서 옆에 끼고 저녁을 먹는다

그런데 또 이즈막하야 어늬 사이엔가

이 흰 바람벽엔

내 쓸쓸한 얼굴을 쳐다보며

이러한 글자들이 지나간다

- 나는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어가도록 태어났다

그리고 이 세상을 살어가는데

내 가슴은 너무도 많이 뜨거운 것으로 호젓한 것으로 사랑으로 슬픔으로 가득 찬다

그리고 이번에는 나를 위로하는 듯이 나를 울력하는 듯이

눈질을 하며 주먹질을 하며 이런 글자들이 지나간다

- 하늘이 이 세상을 내일 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

초생달과 바구지꽃과 짝새와 당나귀가 그러하듯이

그리고 또 프랑시쓰 잼과 도연명과 라이넬 마리아 릴케가 그러하듯이
추천0
  • 트위터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톡으로 보내기

댓글목록

손근호님의 댓글

no_profile 손근호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p><img src="http://home.cein.or.kr/~gulbaram/writer/backsuk/backsuk2.jpg" width="230" height="175" border="0"></p>
</body>

</html>


백석 시인의 약력
어린시절의 이야기를 북방정서를 통해 시화(詩化)했다. 본명은 기행(夔行). 아버지의 영향으로 일찍부터 신식교육을 받았다. 1918년 오산소학교를 거쳐 오산중학교를 마치고 조선일보사 후원 장학생으로 일본 아오야마 학원[靑山學院]에서 영문학을 공부했다. 귀국하여 조선일보사에 입사, 〈여성〉에서 편집을 맡아보다가 1935년 8월 〈조선일보〉에 〈정주성 定州城〉을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36년 조선일보사를 그만두고 함경남도 함흥 영생여자고등보통학교 교사로 있었으며 만주 신징[新京]에 잠시 머물다가 만주 안둥[安東]으로 옮겨 세관업무를 보기도 했다. 해방 후 고향 정주에 머물면서 글을 썼으며, 6·25전쟁 뒤에는 북한에 그대로 남았다. 1936년에 펴낸 시집 〈사슴〉에 그의 시 대부분이 실려 있으며, 시 〈여승 女僧〉에서 보이듯 외로움과 서러움의 정조를 바탕으로 했다. 〈여우 난 곬족〉(조광, 1935. 12)·〈고야 古夜〉(조광, 1936. 1)에서처럼 고향의 지명이나 이웃의 이름, 그리고 무술(巫術)의 소재가 자주 등장하며 정주 사투리를 그대로 썼는데, 이것은 일제강점기에 모국어를 지키려는 그의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사슴〉 이후에는 시집을 펴내지 못했으며 그뒤 발표한 시로는 〈통영 統營〉(조광, 1935. 12)·〈고향〉(삼천리문학, 1938. 4)·〈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南新義州柳洞朴時逢方〉(학풍, 1948. 10) 등 50여 편이 있다. 시집으로 1987년 창작사에서 〈백석시전집〉과 1989년 고려원에서 〈흰 바람벽이 있어〉 등을 펴냈다.
 

최경용님의 댓글

최경용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산막 詩人 세번 놀래다

산막 시인은
丁亥年 첮달에 세번 놀랜다
몆백년만에 한번 온다는 황금돼지 해
첮달 첮날 1월 1일 이 내 생일이라
첮날 선운사에서  고해로 밤을 지새며 65세의 나를 발견하고 놀랬다

무언가 고승의 선사들이 예지의 예감을 주는듯 하는데 선듯 잡히지가 않았다
결론은 속을 비우고 흐름에 맞기라는것일게다, 라고 시간과 바람에 나를 맡긴다
나는 내 운명의 흐름같이
남한강 북한강이 만나는곳으로 흘러가서 인연을 담구었다
선듯 내 어미가 물위에 떳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애써 태연히 지우고 어울림에 흥을 돋우었다
그래도 내 어미는 술잔속에까지 차지하고 성화를 대신다
야 야 녀석아
여기에 네 글을 전시해라
지나는 말로 시화를 전시하면 좋겠다고 기어들어가는듯 운을떼어 어미 성화에 대신한다
산막에 돌아와서 어미가 날 낳으신후부터를 남한강 발원지로부터 담아 흐름에 맡긴다
그러자 문학비를 두물목 주위에 세우겠다는 소식이 오니
이미 나는 흐름에 맡겨라 하는 선사의 가르침이 적중해가는데 놀랜가슴 진정치를 못한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겨우 진정하고
아침 밥상머리에서 빈여백을 연다
수저를 든채로
박태원 시인님께서 올리신 " 백석 " 시인의 시 3편을 담담히 읽어나가다
나는 수저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놀랬던 가슴이 다시 쿵쾅 거린다
이 산막의 시인이 쓰자고 하다 하다 못쓰고 징 징 대던 시 그대로가 거기 있었다
그 시 3편은 산막시인의 그 모양 그 내음새 그 신세 그대로를 그려놓고 있었다
오 ! - ! " 백석 " 은 이미 오래전에 나의 인연을 노래하여 놓았는가... !
아 !  나는 세번을 놀랜다
정해년 새해 첮달에.....

박태원님의 댓글

박태원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하늘이 이 세상을 내일 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 "
맹자도 그렇게 말했지요.
시인은 하늘이 내리고 연단시키나 봅니다.
어느 월간지에서 "시인들이 좋아하는 시인과 시"가 무엇인지 100명의 시인에게 물어보았습니다.
백석을 좋아하는 시인이 가장 많았다고 합니다.
최경용 시인님, 늦게나마 생일을 축하하오며,
좋은 작품 창작하시길 기원합니다.

빈여백동인 목록

Total 51건 1 페이지
빈여백동인 목록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추천
51 박태원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1206 2008-09-02 3
50 박태원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1138 2008-08-27 2
49 박태원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1678 2008-07-25 1
48
소박한 사랑 댓글+ 6
박태원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1156 2008-07-06 6
47 박태원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1356 2008-06-29 4
46 박태원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1278 2008-06-09 2
45 박태원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1169 2008-06-06 3
44
국부론 댓글+ 2
박태원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1004 2008-06-03 2
43
염불(念佛) 댓글+ 5
박태원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1360 2008-05-29 4
42
有情과 風流 댓글+ 3
박태원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958 2008-04-11 3
41 박태원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934 2007-03-15 0
40 박태원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1109 2007-02-24 0
39 박태원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1208 2007-02-21 1
38
이런 봄날에 댓글+ 8
박태원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986 2007-02-14 3
37 박태원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1376 2007-02-10 0
36
멍게의 꿈 댓글+ 7
박태원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1482 2007-02-06 1
35 박태원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1701 2007-01-31 2
34 박태원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1653 2007-01-31 1
33 박태원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2759 2007-01-31 0
열람중 박태원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1448 2007-01-13 0
31 박태원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1552 2007-01-10 0
30 박태원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1652 2007-01-10 5
29 박태원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2474 2007-01-10 1
28
강과 고양이 댓글+ 4
박태원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925 2007-01-09 1
27
붉은 알 댓글+ 4
박태원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1001 2007-01-02 2
26
고독 댓글+ 5
박태원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797 2006-12-26 0
25
기도 댓글+ 3
박태원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797 2006-12-25 0
24 박태원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999 2006-12-18 0
23 박태원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895 2006-12-18 1
22
나의 자화상 댓글+ 6
박태원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939 2006-12-01 5
21
양수리에서 댓글+ 12
박태원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982 2006-11-14 0
20
가을비 댓글+ 7
박태원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904 2006-11-06 0
19
나(我) 댓글+ 3
박태원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829 2006-11-01 0
18
옹달샘 거울 댓글+ 2
박태원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850 2006-10-23 0
17
생사(生死) 댓글+ 4
박태원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806 2006-10-22 0
16 박태원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942 2006-10-17 1
15
삼배(三盃) 댓글+ 4
박태원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845 2006-10-08 0
14 박태원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897 2006-10-01 0
13 박태원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902 2006-09-27 0
12
없다 댓글+ 5
박태원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780 2006-09-26 0
게시물 검색
 
[02/26] 월간 시사문단…
[08/28] 토요일 베스트…
[07/03] 7월 1일 토…
[04/28] 5윌 신작시 …
[11/09] 2022년 1…
[08/08] 9월 신작 신…
[08/08] 9월 신작 신…
[06/29] -공개- 한국…
[06/10] 2022년 ◇…
[06/10] 2022년 ◇…
 
[12/28] 김영우 시인님…
[12/25] 시사문단 20…
[09/06] 이재록 시인 …
[08/08] 이번 생은 망…
[07/21] -이번 생은 …
 
월간 시사문단   정기간행물등록번호 마포,라00597   (03924)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54길 17 사보이시티디엠씨 821호   전화 02-720-9875/2987   오시는 방법(-클릭-)
도서출판 그림과책 / 책공장 / 고양시녹음스튜디오   (10500) 고양시 덕양구 백양로 65 동도센트리움 1105호   오시는 방법(-클릭-)   munhak@sisamundan.co.kr
계좌번호 087-034702-02-012  기업은행(손호/작가명 손근호) 정기구독안내(클릭) Copyright(c) 2000~2024 시사문단(그림과책).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