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오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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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오영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6건 조회 1,200회 작성일 2007-05-23 10:37본문
그 오월
도정 /오영근
<비틀즈와 레드 제프린의 음악
노르웨이의 숲을 생각나게 하는 사유의 자유
정수리를 찌르는 블러드 스웻 & 티어스의 섹스폰
아카시아의 香과 초여름의 열정
하늘로 쏘아 올리는
무수히 많은 그리움의 화살들
숨어 피우는 담배 한 개피
비 오는 초여름 밤
엠원 소총을 거꾸로 멘 초병.
구멍 난 판초우의(雨衣)속으로
빗물이 스며 카키복이 젖지만
가슴이 젖지만
밤새 비 내려도
그리움은 결코 빗물에 젖지 않는다>.
<초병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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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을 정리하며 사진 뒷면에 쓴
빛 바랜 글을 본다.
오월이면 ……
제대를 앞둔 어느 날쯤 이었을까?
무엇이 그렇게도 그리웠을까?
지금 보면 어리디 어린 스므 살……
저것이 오죽했으면 그랬나 싶어서
바랜 사진을 쓰다듬는다.
어릴 적 할머니는 당신이 죽으면 입고 갈 옷이라며
고운 삼베 옷을 꺼내 어루만지곤 하셨다.
어린 눈에도 그
죽음 이라는 것이 성큼 다가와 곁에 있음을 느끼며
휴전선이 가까운 동네어귀
군인들이 쏘는 포 소리에 귀를 막고 구석방으로 가곤했다.
소나무 관솔구멍으로 쏟아지던 저녁 빛
실눈을 뜨면 프리즘처럼 일곱 색갈이 보였다.
천국 이라는 곳에 대한 막연한 생각과
무지개 색을 따라가면 그곳에 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다 잠이 들고....
그 해 오월,
할머님이 돌아가셨다.
당신이 그렇게도 아끼던 옷을 곱게 입으시고
아카시아 향을 맡으며 먼 길을 따라 갔던 기억이 새롭다.
아마도 초병의 시절
그 오월에도 할머니와 어머니
그리고 철조망 밖의 모든 사람들을 그리워 했으리라……
이 도시에도
오월이면 아카시아 향이 깊다.
나트륨 등이 켜지기 시작하는 저녁
아스팔트의 열기가 아직 식기도 전
벌써부터 네온 빛이 술 먹기를 권한다.
오늘은 한 잔 해야겠다
아카시아 향처럼 향이 짙은 여주인과
스므살의 초병과 비틀즈,
할머니와 레드 제프린
그리고
천국으로 가는 계단과 철조망……
이런 것들을 오랫동안 기억하기 위해서
07.05.
댓글목록
최승연님의 댓글
최승연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안녕하세요?
잘 부탁 드립1니다
고운 글 잘 감상하고 갑니다
건강하시고 건필하세요
감사합니다
목원진님의 댓글
목원진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카시아 향이 짙어 오는
오월에는 시인님의 향긋한 추억이 주마등처럼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엠원 총의 맨 보초에서 할머니의 벳삼옷, 아스팔트위 네온 그림자 길면 친구와
아카시아 향 내는 주막집에 들러 꼬맹이 시절 무지개 찾던 예기로 안주하여 한잔할까...,하시는...,
이월란님의 댓글
이월란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자유에 대한 갈망과 방황, 그리움과 죽음에까지
시인님의 기억 속의 --그 오월--은
그래도 아름답기만 합니다.
멋진 시, 감상하고 갑니다.
건강하시고 건필하십시오.
현항석님의 댓글
현항석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빛바랜 초병의 노트에서 그리움과
할머니에 대한 회상
또 삶과 죽음까지 많은 생각에...
술 한 잔 하고푼 마음에 동감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이순섭님의 댓글
이순섭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짙은 추억이 스며들어 오늘 한 잔 해야겠다. 동참하지 못함이 무척 아쉽습니다. 오늘이 가고 새벽 혼자라도 술이 나를 부릅니다.
조용원님의 댓글
조용원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오시인님 오랜 만 입니다. 일전에 업무차 거제에 왔을때 일정 때문에 소주도 한잔 하지 못하고 혜어진것이 늘 마음에 걸리는 군요. 언제 다시 오실때는 미리 전화주시면 꼭 시간 비워 놓겠습니다.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건필 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