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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금장수 > -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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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은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13건 조회 1,962회 작성일 2007-07-04 12:38

본문

나는 오늘도 소금장수를 기다린다. 내가 소금장수를 기다린다고 하면 사람들은 뜬금없이 소금장수는 왜 기다리냐고 되물을 것이다. 왜냐하면 한 걸음에 달려 수퍼에 가면 예쁜 포장에 담긴 각가지 유명상표의 소금들이 즐비한대 소금장수를 기다린다고 하니 이상할 만도 하긴 하다. 아니, 어쩌면 앉은 자리에서 소금장수를 기다리는 나의 게으름을 흉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가 기다리는 소금장수는 그야말로 그 옛날 소금을 지게에 지고 이 마을 저 마을 돌아다니면서 소금을 파는 사람을 말한다.

몇 년 전 어느 뜨거운 여름날로 기억이 된다. 누가 초인종을 눌러 나가보니, 굵은 목소리의 아저씨가 소금을 팔아달란다. 세상이 하도 험악하기도 하고, 소금이 당장 필요한 것도 아니어서 구입할 의사가 없다며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그랬더니 그 소금장수 하는 말이 돈은 지금 안 받아갈 테니까, 전라도 신안 염전 밭에서 직접 만들어서 팔고 있는 맛있는 소금을 구입해달라는 것이었다. 전라도 신안이라는 곳이 소금으로 유명한지도 난 모르겠고, 또 소금도 생산지에 따라 짠맛도 달라지나?라는 생각하며 머뭇거리는데 그 아저씨 말이 지금은 소금만 주고, 소금값은 연말에나 받으러 오겠다는 것이었다. 맛이 없으면 소금값을 주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순간 이렇게 세상을 믿는 아저씨가 있나 싶어서 현관문의 렌즈를 통해서 아저씨를 보니, 그야말로 새까맣게 그을린 순박한 모습 그대로 손에는 하얀 소금자루를 들고 있었다. 아저씨의 진심어린 말투와 염전 밭에서 까맣게 그을렸을 얼굴을 보고서는 소금 구입을 머뭇거릴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어차피 소금은 썩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루가 커도 또 미리 구입을 한다고 해도 별 문제 될게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 후 집에서 작은 봉지에 사다가 먹던 소금은 얼마 후 다 떨어졌고, 자루에 담긴 소금을 다른 큰 통에 옮겨 담았다가 덜어서 먹고 있었다. 까맣게 잊고 있던 소금장수 아저씨는 정말 찬바람이 쌩쌩 부는 겨울이 되자 돈을 받으러 왔다. 아저씨께 소금 값을 주면서, 사람들이 소금값을 잊어버리고 이사라도 가면 어쩌려고 이렇게 소금을 주었다는 영수증도 하나 없이 믿고 소금을 건네고 갔느냐고 물었다. 아저씨는 웃으면서 가끔 소금값을 떼어먹고 이사 간 사람들이 없지 않아 있긴 있단다. 그런데 그건 일부러 떼어먹으려고 그런 건 아니고, 이사를 하면서 깜박 잊고 간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단다. 자신이 연락처도 남기지 않고 소금만 덥석 안겨주고 갔던 만큼 책임의 절반은 자신에게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사를 갈 때 새로 온 집 주인에게 소금값을 맡기고 간단다. 새로 온 집주인은 그 돈을 맡았다가 소금장수에게 그대로 건네주고 말이다. 그래서 줄곧 소금을 아무 증표도 없이 건네주고 겨울에 수금을 하러 다니는 거란다.

어디 가서 뭘 하든 손톱만큼의 손해도 안 보고 살 수는 없다. 그러나 그걸 소금장수 아저씨만큼 긍정적으로 풀이하며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는 법이니, 그날 나는 소금장수에게서 소금보다 더 귀한 걸 배웠던 것이다. 그까짓 거 몇 푼 된다고 떼어먹고 가느냐며 화를 낼 만도 한데, 소금자루 만치나 과묵한 아저씨는 정말 속도 깊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 후 아저씨는 다시 한 번 소금을 팔러 왔었다. 그러나 그 전에 사놓은 소금이 제법 많이 남아 있었다. 내가 직접 장을 담그는 것도 아니고, 김장을 직접 하는 것도 아닌데다, 웬만한 음식에는 요즘 많이 나온 소스들을 뿌려먹기 때문에 소금으로 간 맞출 일이 그다지 많지 않아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 때는 다음에 오시면 사겠노라고 했었는데, 그 후로 그 소금장수 아저씨를 다시는 만나지 못했다. 물론 내가 낮에 집을 자주 비운 탓에 아저씨를 못 만났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요즘 그 때 구입한 소금이 지금 거의 다 떨어져 가니까 주방에 들어가서 소금 병과 눈만 마주쳐도 소금장수가 더욱 기다려진다. 내가 입맛에 예민하지 못해서 소금 맛을 제대로 알리는 없지만, 어쩐지 그 아저씨의 소금은 짠맛 그 이상의 맛이 느껴지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수퍼에 가서 고운 비닐봉지에 담긴 소금을 가벼이 집어 들고 싶지가 않다. 분명 나의 게으름 때문만은 아니라고 변명하고 싶다. 설사 나의 게으름으로 인해 소금장수를 기다린다고 손가락질을 받더라도 나는 소금장수를 기다리고 말 것이다. 내가 기다리는 건 소금이 아니라 바로 소금장수이기 때문이다. 내가 이렇게 고집을 피우며 소금장수를 기다리는 진짜 이유는 가족 간의 믿음도 상실되어 가는 이 시대에 그 소금장수 아저씨의 소금만치나 변치 않는 믿음을 다시 한 번 더 진하게 맛보고 싶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소금장수 기다림을 멈추지 않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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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법문 박태원님의 댓글

법문 박태원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소금장수의 넉넉한 마음에서 인간미를 느낍니다.
내 마음은 어떤지 반성도 해 보고~^^
장사는 신용이 밑천이라는 말도 있지요.
서로 속이고 사기치고 말을 수시로 바꾸는 세태가 안스럽네요.
정치인들이 그런 사기꾼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목원진님의 댓글

목원진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매우 드문 좋은 이야기를 보았습니다.
여기 유명 백화점의 100년 전 창설자의 사훈이,"先義後得"이라 하여
철저하게 손님의 처지에서 생각하여 구매하고 판매 하는지라 그 성적도 다른 백화점보다 높습니다.
올려주신 "소금장수"의 흉내는 누구도 못할 장사일 것입니다. 그분의 인생철학이 깃들어있음을 배웁니다. 역시 연 소금이 입맛은 부드럽습니다. 시판 염에 없는 성분이 함유하여 있어서입니다.

이미순님의 댓글

이미순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가면과 위선 속에서 정체불명의 색깔들이 춤추는 세상에
소금장수 아저씨로 인해 희망 빛으로 물든  초록 세상  보는 것 같군요
이은영 수필가님  좋은글 접하고 갑니다

최승연님의 댓글

최승연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글을 읽고 반성 많이 합니다.
나도 소금장수처럼 넉넉한 마음의
인간미가 있는지를...
귀한글 뵙고 갑니다.
건강하세요

전 * 온님의 댓글

전 * 온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 이 시대에 그 소금장수 아저씨의 소금만치나 변치 않는 믿음을
  다시 한 번 더 진하게 맛보고 싶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소금장수 기다림을 멈추지 않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멋진  이은영 작가님,  존경하고 싶네요.    상큼한 레몬을  한입 물은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조정화님의 댓글

조정화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은영 작가님 ! 반갑습니다. 참 재미있고 정감이 넘치는 글을 읽었습니다.
열무김치 담을 재료가 기다리네요. 사는일들이 참, 바쁨니다.
시사문단의 문우님들의 글을 읽을 시간도요. 늘 건필 하시기 바랍니다.

이은영님의 댓글

이은영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박태원 시인님, 저 역시 부끄러운 마음으로 반성 많이 했답니다. 더운데 기운 내시구요. ^^*
★목원진 시인님, 그래서 세상은 살만 한가봅니다. 세상 구석구석 정말 존경받아 마땅한 분들이 계시니까요. ^^*
★이미순 시인님, 그렇지요? 정말 좋은 분들은 높은 곳에 자리한 사람들이 아니라는 점 잊지 말아야 할 것 같아요.^^*
★최승연 시인님, 늘 남에게 귀감이 되는 일을 하고 계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힘내시구요. ^^*
★전 * 온 시인님, 에구구,,, 몸둘 바를 모르겠사와요.. ^^*
★조정화 시인님, 정말 오랜만에 뵙게 되네요. 저도 너무 바빴던 탓에... 근데 갑자기 물김치가 먹고 싶어지는 거 있죠? 하^^*
★이순섭 시인님, 조용히 내려놓으신 댓글에 많이 감사드립니다. ^^*
★손갑식 시인님, 덕분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 빨간 티가 무척 잘 어울리시네요. ^^*

다녀가신 모든 분들 상큼한 하루 되시길 빌겠습니다. 방긋방긋~~ ^^*

한미혜님의 댓글

한미혜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은영작가님^^*
우리 만나면 할 얘기가 참 많겠다 그쵸
그리고
소금장수 오면 우리집에도 꼭
다녀가라고 말씀해주셔용ㅇ
우리 가까운 거리죠 그쵸^^*

이은영님의 댓글

이은영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니, 이게 뉘신가요? 하!!
한미혜작가님,
소금장수 아저씨를 보면 꼭 말씀 드려볼께요.
스터디를 몇 가지를 하다보니, 방학도 방학이 아니랍니다.
이제 초등학교도 곧 방학이지요. 그러면 좀 한가해지겠지요?
그 후에 시사문단 사무실에서 한 번 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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