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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소녀 > -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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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은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3건 조회 1,887회 작성일 2007-08-26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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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엄마가 보고 싶어서 딸아이와 함께 친정을 갔다. 엄마가 해주시는 맛난 음식들을 먹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밖에서 “쿵” 소리가 들려왔다.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 창밖을 내다보니 어린 소녀가 자전거로 내 차를 박았다. 낮 시간이라 아파트 지상 주차장에 차들도 별로 없었는데 일어난 일이었다.

아이가 가지 않고 주저주저 머뭇거리고 서 있기에 일단 밖으로 나가 보았다. 그랬더니 친구와 함께 인도로 자전거를 밀며 걸어가다 내 차 곁의 다른 차에게 피해를 안 주려고 조심하다 갑자기 자전거가 한 쪽으로 쏠리며 쓰러진 거였다. 본 네트 상판에 작은 상처들이 제법 낫지만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하다가 일단 엄마가 집에 계시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엄마는 오전에 직장 다녀와서 지금 외출 중이시란다. 문득 아빠는 어디 계시냐고 물었더니, 시골에 가셨다는 대답을 돌려줬다. 아이가 미안해 하기는 하였지만 일단 그 아이의 집으로 가자고 했더니, 아이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왜 안 그렇겠나. 그냥 두어도 절로 녹아내리고 마는 소프트 아이스크림 같고, 너무 투명해서 건드리면 바스스 부서져 버릴 것아 차마 건드리지도 못하는 마는 크리스탈 닮은 어린 나이의 소녀가 아닌가 말이다. 그 아이가 사는 동 1층 현관에서 엘리베이터를 눌러놓고 몇 학년인지, 집에는 지금 누가 있는지를 물었더니, 4학년이고 집에는 지금 오빠가 있다고 하였다.

보기 흉하게 큰 흠집이 난 것도 아니고, 차 좀 까졌다고 차가 안 굴러가는 것은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어 아이를 찬찬히 바라보다, 다소 불안해하는 아이에게 지금 아줌마가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이 꼬마 아가씨가 제법 야무지게 “제가 조심하지 않아서 아줌마 차에 흠집을 내었어요. 다음부터 조심할 테니까 한 번만 용서를 해주시면 좋겠어요.”라고 하는 것이었다. 무조건 용서를 비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부주의를 제대로 알고 있는 거였다. 자식 키우는 입장에서 그 순간 그 아이의 대답은 내가 원하는 보상을 이미 다 치룬 거였다.

어차피 처음부터 그 아이에게 보상을 받자고 따라 간 것은 아니었고, 사실은 아이들을 좋아하는 나의 장난기에 잠시 발동이 걸렸을 뿐이었으니까 말이다. 자전거를 밀고 가다 넘어진 것이 사실 용서를 받아야 할 만큼의 큰 잘못은 아니다. 누구나 살아가다보면 한두 번쯤은 어쩔 수 없이 저지르고 마는 단순한 실수였을 뿐이다. 그리고 내 아이들보다 더 어린 아이를 따라 집에 올라간들 아이보다 겨우 몇 살 더 많은 오빠한테 괜히 엄한 소리만 들을까 싶기도 해서, 1층 엘리베이터를 누르는 순간 나는 이미 돌아갈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아빠가 왜 시골엘 가셨는지가 궁금해서 물었더니, 배가 아파서 시골엘 가셨단다. 아픈 아빠가 병원엘 안 가시고, 왜 시골에 가셨는지가 궁금해서 재차 물었더니, 아이는 파르르 떨리는 목소리로 아빠가 암에 걸렸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 자전거가 차를 박을 때 “쿵”소리가 났다면 그 대답을 듣는 순간 내 머릿속은 “꽝!” 다이너마이트가 폭발을 하고 있었다.

살다보면 무심코 던진 질문에 생각지 못한 대답이 돌아오는 경우가 있다. 결혼을 한 중년의 여인에게 아이들은 몇이냐고 물었을 때 자식이 없다는 대답을 들었을 때, 직장이 어디냐는 질문에 명퇴를 했다는 대답이 돌아올 때, 살이 빠져 날씬해져서 보기 좋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 항암치료 중이라는 답이 울려올 때 당황하다 못해 부끄러움과 미안함에 심장이 절구질을 하다못해 말문마저 막히게 하는 경우가 있다.

그 순간 정말 실수는 아이가 아니고, 내가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 되었던 아빠가 암이라 시골에 내려가 있을 정도면, 아빠는 아빠대로 병마와 싸움중이고, 엄마는 엄마대로 남편에 대한 걱정과 아이들과 힘겹게 헤쳐나 갈 내일이 걱정일 테고, 또 그런 속에서 철부지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엄마의 손길이 제대로 닿지 않는 순간 흐트러지기 십상이라는 걸 주위에서 보다 보니, 그 가족들의 심적 공황상태는 상상이 가고도 남았다. 마치 나에게 닥친 일인 양 모든 것이 걱정스러웠다. 더군다나 조금 있으면 사춘기가 될 그 어린 소녀가 걱정이 되었다.

그렇다고 여기서 아빠가 아파서 용서를 받았다는 느낌이 들게 해서는 안 되는 거였다. 그건 아이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를 않는다. 그래서 아이에게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과를 했기 때문에 용서할 마음이 생겼다는 것과 저 정도의 흠집으로 차가 못 굴러 가는 일은 없으니 걱정 말라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빠가 아프시다고 해서 약해지거나 울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것과 최선을 다해서 공부해줄 것을 굳게 약속 받고서야 아이를 올려 보냈다.

아파트 단지 안의 그 짧은 거리를 돌아오면서 다리는 왜 그렇게나 천근만근이던지. 차에 난 흠집보다 혹시 그 아이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고 온 건 아닌지. 부디 그 어린 소녀 아빠의 건강이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좋아서 하루 빨리 회복 되어 네 식구의 웃음소리가 저 하늘 구름까지 닿을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시 만날 일이야 없겠지만 그 또래의 어린 소녀를 보게 되면 늘 그 아이가 힘든 시간을 슬기롭게 보내고 있는지 궁금해질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엄마네 집 현관문을 여는데 엄마와 딸아이의 시선이 동시에 내 얼굴에 머물렀다. 그 순간 나는 어깨를 들썩이며 어린 소녀가 밝고 곱게 자라길 진심으로 희망하는 딱 그 만큼의 미소를 날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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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함은숙님의 댓글

함은숙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작가님과 내가 이 밤을 오롯이 깨어있다는건 우린 같은 감성 ,같은 사색, 통하는 뭔가 가 있나봐요
같은 밤을 새웠다는 동질감, 어쩔수없이 우린 글쟁이 인가봐요
아름다운 이 은영 작가님 마음이 글 속에 고스란히 들어있네요^^*
제막식 때 만나요^^*

이필영님의 댓글

no_profile 이필영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안녕하세요. 잘 읽었습니다.
고운 현의 소리와 함께 작가님의 아름다운 마음, 넓은 마음을 느끼고 갑니다.
늘 나의 말이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결국 상대에게 상처를 주었을 때 정말 마음이 아프답니다.
더운 여름에 건강 조심하시고, 행복한 날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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