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아이들, 다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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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정해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3건 조회 1,783회 작성일 2005-09-06 13:42본문
친구들이나 친척들이나 어른들이 모여서 자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요즈음 아이들, 다 그래”라는 말을 심심찮게 듣게 된다. 이 말을 찬찬히 뜯어보면 우리 중장년의 세대와 자식들 세대와의 차이에 대한 부모로서의 체념 또는 이해가 바닥에 깔려 있음을 알게 된다. 학업을 마쳤거나 군대를 마쳤거나 해서 사회에 들어선 나의 아들인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어떤 사안이든 아이들 나름대로 생각하는 잣대가 분명히 있고, 그것이 아이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면 강한 주장으로 나타나거나 또는 ‘우리 부모님은 그런 분이니 깐’하는 식으로 생각해 버리고 부모님의 이야기를 속으론 무시해 버리는 경향이 많다고 본다.
난 아들 둘이 학업을 마치고 각각 회사에 입사를 하고 지금 근무 중이다.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이 시점이 아들들에겐 중요한 인격형성의 시기라 생각한다. 그래서 난 아들들의 언어나 행동을 조용히 관찰해 왔다. 내가 바라는 내 아들들의 인격형성은 한마디로 ‘인간됨됨이’이다. 아들들의 그것에서 나의 이런 바람과 차이가 나는 것들을 모아 두었다가 며칠 전에 대화를 가졌었다. 요즈음 아이들에게 삼강오륜이 어떻고 저떻고 장황하게 늘어놓아 보았자 ‘소귀에 경 읽기’다. 그래서 난 아들들이 사회에 첫발을 들이고 난 뒤에 행했던 실제 있었던 언행이나 사안을 바탕으로 ‘인간됨됨이’를 위해서 깨우치도록 이야기를 풀어 나갔다.
실력과 능력만 있으면 최고라는 관점에서 ‘실력과 능력 플러스 인간됨’을 모두 갖추도록 노력하지 않으면 인생의 성공이 될 수 없다는 나의 생각은 아이들에게 쾌쾌 묵은 낡은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을 수도 있다. 아들과의 대화에서 사안에 따라 격론이 대립되기도 했다. 난 격론이 그렇게 대립될 때 내 자식이기를 거부하리만큼 단호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반성하거나 실천코자하는 기미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력과 능력도 이 사회를 살아가는데 중요한 것이지만 사회라는 것이 인간과 인간이 모여서 형성되는 것이고, 그 속의 일원으로서 ‘인간됨’이 상실되어 있다면 사회로부터 외면당하거나 왕따 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또 그런 인생을 잘 산 인생이라 말할 수 없다고 설득했다. ‘인간됨’이 상실되면 사회로부터는 물론 아버지인 나로부터도 외면당하고 말 것이란 것을 아들도 나의 단호함으로부터 읽었으리라 믿는다.
이 세상 사람들 각자가 자신이 꼴리는 대로 산다면 참말로 더러운 세상이 되고 말 것이 아니겠는가. 과학이 발전하고 문화가 발달하고 사회현상이 바뀌어도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인간됨’을 알게 모르게 상실하는 것이다. ‘요즈음 아이들, 다 그래’ - 해서는 안 되는 말, 용서할 수 없는 말이 되도록 우리 부모가 바로 잡아야 할 말이라고 떠벌리는 내가 쾌쾌 묵고 고리타분한 사람인가,
아들들과 이야기 중에 나 역시 깨우친 것이 있다. 부모가 자식들에게 효(孝)를 교육하기가 싶지 않다는 것이다. 마치 부모가 자식들에게 그것을 바라는 것으로 느끼게 될 터이니 말이다. 그래서 효(孝)란 부모인 나 자신이 본보기를 보여줌으로써 보고 따를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아버지는 효(孝)를 잘 하지도 못 하면서.”라는 이야기를 아들이 나에게 말 하지 않았던 것이 내 종아리를 치는 듯하다.
비록 내가 효(孝)를 제대로 잘하지 못했더라도 난 ‘요즈음 아이들, 다 그래’ 라는 식으로 나 자신의 지난 허물을 감싸지 않을 것이고 ‘아버지가 그랬기 때문에 너희들도 그래서는 안 된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버지가 살인자라고 자식도 살인자가 된다는 이치와 무엇이 다르랴. 옳지 못한 친구들을 보고 난 그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함으로써 그런 친구를 스승이라 여겨야 한다는 공자님의 가르침과 일맥상통하는 것일 게다.
“아빠, 잘 할게요.” 하고 떠난 아들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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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조연상님의 댓글
조연상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들 두분이 장성 하셨군요..^^*
아무리 말 잘듣는 아이들이라 하더라도 자식교육이 만만치 않은것은 사실 같습니다.
하지만 부모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어느정도 아이들에게 원망을 듣는 일이 있더라도
묵과해서는 안될일들이 있기 마련이고요...
장성한 아들들을 대견스레 생각 하시는 아빠의 정이 묻어나는글 잘 읽었습니다...^^
지은숙님의 댓글
지은숙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이와 의견대립이 있을때마다 한걸음 물러서 저나이의 나를 되돌아 보고
부모님을 생각해 봅니다 그래 맞어 나도 그때 저리 했었지 아마도...공감이 가는 글 감상 잘 했습니다
오영근님의 댓글
오영근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조 작가님.지 시인님의 말씀..공감 합니다...아이들은 영원한 아이들 이지요!...부모가 영원한 부모 이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