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 가을 산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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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오영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6건 조회 887회 작성일 2007-10-14 20:48본문
가을이 남자의 계절이라면
가을 산은 어머니의 가슴을 닮아 있다 했는가?
가을의 산사는 해진 바랑 하나 걸머진 아들을
가슴에 품는 어머니처럼 그저 웃는 듯 마는 듯
사람들을 맞는다.
천 년의 세월……
천 번의 가을을 보내고 맞이하는
범종 각 맞배지붕에는 검버섯 같은 이끼와
경내에 향냄새가 그윽하다
물푸레나무, 배롱나무, 정향나무,
그리고 이름을 모르는 나무들이
서로 등을 두드리며 고만고만 서 있다.
언제였던가?
사는 게 먹먹하여 이곳을 찾았던 것이……
마음단속 못해 무작정 이곳을 찾았던 때가……
귀 막고 고집 부리는 아이처럼
내 안에 돌담을 쌓던 시절,
石燈에 누군가가 불을 켜 놓았다
염원을 담은 초심이 가늘게
합장하며 굴신하는 여인네의 뒷모습을 닮았다.
천 년 전 어느 무명의 석공이 혼신의 힘으로
돌에 먹줄을 놓고 나무심에 물을 멕여
단단한 돌을 정성껏 다듬었으리라……
일찍이 돌을 깎는 일을
도를 닦는 일과 같다고 했던가?
단순한 듯 단정함……. 어긋남 없는 단호한 대칭
사랑하는 연인의 모습,
혹은 어머니의 가슴을 생각 했으리라……
계절을 보내고 또 계절을 맞이하며
그도 나처럼 이 자리에 서서
석등을 오래도록 바라 보았을까?
대웅전 처마의 풍경 소리도 들었을까?
콧등이 알싸하게 아려온다.
향 냄새 때문이 아닐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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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 나는 사람
도 정 / 오 영 근
산사에 들어
국화 차 한 잔을 마신다.
은은한 향기를
가을 추억처럼 입술에 묻힌다.
속세를 떠난 향기 나는 사람이 있다.
그의 찻잔에는 풍경소리가 머물고
바다로 돌아가지 못하는 목어
그 눈망울이 가을처럼 번지는
내 잔에는 냄새 나는 투정과
지난 가을 떠나 보내지 못한
때묻은 추억들뿐이지만
그에게서는 향기로운 향이 난다.
나도 누군가에게 찻잎 같은 사람이고 싶다.
정 한으로 뒤척인 마른 세월
그의 가슴 빈 잔에 어우러져
풍상의 살점 우려내고 싶다.
그 향기 입술에 거둘 때
향기 나는 추억 같은
그런 사람이고 싶다.
<06 가을, 빈 여백>
댓글목록
김성재님의 댓글
김성재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향기나는 사람과 함께하는
향기나는 시인의
향기나는 시...
감사합니다.
이은영님의 댓글
이은영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詩에 공감하며 깊이 빠져드는 이유는요?
누구나의 삶은 닮은꼴이라서 일까요?
고운 시향에 젖었다 갑니다.
환절기에 늘 건강하시길요.~~^^*
김옥자님의 댓글
김옥자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선생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전해오는 시향에 취하는 가을 날씨가 너무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백원기님의 댓글
백원기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별고 없으시죠? 오래간만에 산사에 들려 지난날을 돌아보며 깊은 사색에 잠겨있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오영근님의 댓글
오영근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여러 시인님들 반가움과 감사 하는 마음으로 인사 올립니다.
이 가을 잘 들 보내시길 바라며,
좋은 글들 많이 쓰시길 바랍니다.
오영근 올림.
朴明春님의 댓글
朴明春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石燈에 누군가가 불을 켜 놓았다
염원을 담은 초심이 가늘게
합장하며 굴신하는 여인네의 뒷모습을 닮았다.
천 년 전 어느 무명의 석공이 혼신의 힘으로
돌에 먹줄을 놓고 나무심에 물을 멕여
단단한 돌을 정성껏 다듬었으리라……
일찍이 돌을 깎는 일을
도를 닦는 일과 같다고 했던가?
단순한 듯 단정함……. 어긋남 없는 단호한 대칭
사랑하는 연인의 모습,
혹은 어머니의 가슴을 생각 했으리라……
계절을 보내고 또 계절을 맞이하며
~
느낌 새김 해 봅니다
향그로운 가을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