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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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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8건 조회 942회 작성일 2008-01-18 13:12

본문

촛불잔치


                                                                                      이 월란



그의 집엔 층마다 방방마다 색색가지 초들이 수두룩하다
큰 것, 작은 것, 가는 것, 굵은 것, 둥근 것, 네모난 것, 별모양까지......
밥을 먹고나면 그는 매일 촛불을 켠다. 하나, 두울, 세엣, 네엣, 다서......ㅅ.....
무지개 색으로 늘어선 파라핀들은 저마다 품은 추억의 색소로
그렁그렁 촛물을 이고, 그가 휙휙 지나가며 창문을 열고 닫을 때마다
기억의 바람 앞에 노란 불꽃들이 꺼질 듯 잦아들기도,
몸을 녹여낸 비색(翡色)의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기도 하며
   
나쁜향과 좋은향을 철저히 가려서 태우기 시작한다
서양식 초의 활성탄은 김치의 분자간 구멍을 파고들기도
아로마의 향기분자는 마늘에 숯알갱이를 덮어 씌우기도 한다
코리언의 냄새입자들은 이 집안에서 제거되어야 할 역한냄새로 딱지가 붙어
그을음의 긴 꼬리 속에 가물가물 숨을 거두어야만 한다
   
초록색 초에 불을 당길 때 그는
이민 온 바로 다음 날 초록잔디가 깔린 고모네집 뒤곁에서
오줌을 갈기던 장면을 기억해내는지도 모른다
붉은색 초에 불을 놓을 때 그는
창문을 통해 그 장면을 보고 아연실색한 서양인 고모부가
뛰쳐나와 혁대로 어린 그의 등을 후려치던,
그래서 붉은 뱀처럼 꿈틀대던 등짝의 상처를 기억해내는지도 모른다
오리알같은 둥근초에 불을 붙일 땐
농구연습 후 통통 튀는 공을 놓쳐버리고 달려가던 그를 붙들고
<땀냄새가 고약하군, 황인종들이 마늘과 같은 종이란 사실은 꽤 흥미로워>
빈정대던 노랑머리 아이의 동그랗고 파랗던 눈을 떠올리는지도 모른다
 
잠자리에 누운 그의 아내는 그가 내일 입을 속옷들을 주욱 늘어놓고
피식피식 는개같은 향수방울을 뿌려대는 소리에 늘 잠이 든다
결혼 전에도 그는 편지지마다 향수를 뿌려서 보내곤 하여
향수냄새에 취해서 열심히 해석을 하고 열심히 영작을 했었다
세 개의 냉장고엔 한국음식과 미국음식이 철저히 분리되어
서양인이 방문하는 날은 한국음식이 든 냉장고에 <NO TOUCH!!>란 사인이 붙고
엄동설한에도 그의 옷들은 한번씩 발코니에 나가 칼바람을 맞아야 들어올 수 있다
등푸른 생선이 그리운 그의 아내는 몇 점 먹겠다고 벼르다가도
푸른 제복을 입은 그가 개코처럼 영특해진 코를 벌렁거리며
놀던 물 잃은 생선처럼 날뛸 일이 버거워
마켓에서 집었던 생선을 도로 내려 놓는다
   
노스탤지어의 건더기들은 혀만 만족시킨 뒤 어금니로 꼭꼭 씹어
식도를 지나 배설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흔적은 없애는 것이 좋다
오늘밤도 길들여진 불꽃들은 아른아른, 허공을 한식과 양식으로 분리하고 있고
어둠의 창마다 꽃이파리같은 이민자의 그림자가 불꽃따라 춤을 춘다
숨가쁜 증거인멸의 작업을, 지구를 돌아온 보름달이 몰래 알리바이를 기록하며
푸른 증인석에 빠꼼히 앉아 있다 
                                                           
                                                                                        2008-01-17
추천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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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이은영님의 댓글

이은영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숨가쁜 증거인멸의 작업을 하느라,
여기 이 땅엔 또 다른 이들이
색다른 이유로 날밤들을 지새우고 있을 것을 생각하니깐~~~....
이월란 시인님을 위해
서울의 햇살 한 줌 태평양 건너에까지 멀리 날려봅니다.
홧팅!!! ^^*

정유성님의 댓글

정유성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늘밤도 길들여진 불꽃들은 아른아른, 허공을 한식과 양식으로 분리하고 있고
어둠의 창마다 꽃이파리같은 이민자의 그림자가 불꽃따라 춤을 춘다
숨가쁜 증거인멸의 작업을, 지구를 돌아온 보름달이 몰래 알리바이를 기록하며
푸른 증인석에 빠꼼히 앉아 있다 >

시인님의 글에서 외로움이 담뿍 느껴집니다.
고향은 그래서 소중한가 봅니다.
부모님이 사는 곳, 친한 벗들이 사는 곳, 내 마음의 처음 사랑이 사는 곳
그래서 고향은 영원한 노스텔지어가 아닌가 합니다.
그래도 시인님. 따듯한 가족애가 있고 또 이렇게 한들한들 인사나누는 멋진 시인님들이 있으니
시인님은 참 행복하신겁니다. 시인님 홧팅!!!^^*& 

최승연님의 댓글

최승연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촟불은 향수를 느끼게 합니다.
고향 생각나고 외로울땐 촟불을 켜세요. ㅎㅎ
설경 속에서 날밤 지세우시는 시인님!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목원진님의 댓글

목원진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 나라마다 체취는 조금씩 다름을 체험했습니다. 어릴 때 우리나라에서
미주인이 지나면 체취가 짐승 같은 냄새가 난다 하더니 성장하여 알고 보니
바 타와 치즈의 뒤섞인 것 같은 서구인의 체취였고, 아랍인들의 곁에 가면 그들의
냄새를 느끼었습니다. 사는 환경과 음식물의 섭취에서 오는 탓도 있었고, 다른 것은
태어나면서부터 얻고 온 체취도 있음을 알게 됐습니다. 사람 각기 얼굴 다르듯 개개인의
냄새도 조금씩 다르옵니다. 우리도 외국에 살지만, 그들과 회합을 할 때는 김치 같은 마늘
냄새의 음식을 다음에 미루는 일도 있다 금 생깁니다. 여기 인종들도 그들의 독특한 냄새를
치료할 때마다 느끼곤 합니다. 재미있는 내용 잘 감상하였습니다. <굴비> 해설 잘 보았습니다.

고윤석님의 댓글

고윤석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민자의 애환을 너무 섬세하게 묘사하신 것 같습니다..
저는 여기서 서양애들을 만날때는 그런 저런 생각 안헀는데
이방인의 생활이 쉽지는 않은 느낌입니다..
그래도 힘을 내셔야해요...더욷 더 코리안 홧팅입니다..

김성재님의 댓글

김성재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학생들에게서 이방인 냄새 난다는 소리 나올까봐
한국음식을 안먹은지 오래됐답니다. 이제는 생각조차 안나고요.
몸의 냄새는 그리 이겨낼 수 있지만,
마음의 냄새는 어찌하리까?
19년을 살았는데도, 아직 마음은 늘 이방인님을 확인하고 있음을요.
이것저것 잊고 사는 날이 빨리 오길 바랍니다.
즐거운 주말 되세요.

김현길님의 댓글

김현길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월란 시인님의 시를 읽다가 보면 이런것이 과연 시구나 하고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솔직히 절필의 유혹도 들 때도 있습니다. 꼭 한번 뵙고 싶었었는데...
왕성한 창작 너무 부럽다못해, 살리에리 처럼 보는 눈만 저에게 주시고 짓는 재주는 안주셨는지.
신에게 원망이라도 하고싶습니다.ㅎㅎ

이월란님의 댓글

이월란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늘 소중한 시간 내시어 읽어주시고 답글 주시는 여러 시인님들께 감사드립니다.
김현길 시인님.. 오랫만에 뵈어요.. <절필>이란 단어를 보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전 덤벙대며 배우고 있는 후배랍니다.
사실, 김현길 시인님의 시를 많이 좋아하지요. 잔잔한 고향의 파문과 시인님만의 깊고 독특하신 시향을 존경합니다.
<홍포예찬>도 신경 써서 챙겨 왔구요. 늘 건강하시고 건필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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