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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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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한미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6건 조회 1,118회 작성일 2008-04-01 23:25

본문

        신문


 “여보, 신문을 매번 흩어 놓으면 어떻게 해요.”
 흩어진 신문을 차곡차곡 접으면서 나는 남편의 행동이 얄밉고도 야속했다.
사실 우리 집에서는 어제 오늘 벌어지는 일도 아니지만 신문조차 치우지 않는
남편의 습관에 대해 유달리 예민하게 구는 것은
아버지가 동아일보 편집국장으로 계셨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동아일보 국장을 지내시는 동안 날마다 신문을 곁에 두고 사셨다.

그리고 그 신문들을 차곡차곡 모아 놓고 중요한 기사는 꼭 스크랩을 해서 따로 모아 두었다.
가끔은 아버지가 직접 쓰신 기사가 실린 적도 있었는데
그때마다 나를 불러 앉혀놓고 큰 소리로 기사를 읽기도 했다.
어쩌다 아버지 얼굴이 신문에 실리기라도 하면 “이것 봐 아버지 멋있지?”
하면서 자랑스레 보여주곤 했었다.
그 중에서 풍어제를 올리는 장면과 해당화가 핀 백사장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이 신문에 실렸던 기억이 아스라이 떠오른다.
아버지는 틈만 나면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으셨다.
명태잡이 어선도 찍고 땀 흘리며 일하는 부두의 노동 현장을 찍기도 하고.
붉은 노을이 번지는 바다를 마치 수채화처럼 렌즈에 담아 오기도 했다.
나를 모델삼아 찍는 것을 즐거워 하셨다.

  아버지가 약주를 거나하게 하신 날은 “선아 오늘도 착하게 지냈느냐?”
물으시던 부드러운 음성과 더불어 인자한 모습이 늘 머릿속에 사진처럼 선명하게 찍혀있다.
그런 하루하루가 내게는 신문에 실린 기사였으며 기록으로 남은 것이다.
아버지는 내게 남보다 많은 기사와 뉴스를 남겨 주셨으며 나는 그 기록들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고 있다.
어느 기사가 그 시절만큼이나 아름다웠으랴. 신문을 보면 난 아직도
아버지의 멋진 사랑과 추억이 생각나 도저히 함부로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아버지를 닮아서 기사를 꼼꼼히 챙기고 스크랩을 하는 버릇을 가졌지만
그것조차 알 턱이 없는 남편이다.

 오래전이다. 식구들은 신문지가 쌓일수록 불평을 늘어놓기 시작하였다.
고물상에서 신문지를 비싼 값으로 취급하던 시절이라 남편과 아이들은 신문지를 팔자고 해도
나는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말았다. 그런데 방짜로 만든 유기그릇이나 수저가 불편하다해서
집집마다 반짝이는 스탠레스 그릇과 수저가 인기를 얻기 시작하던 때였다.
인기가 하락한 유기그릇만큼이나 스탠레스 용품이 비쌌던 시절이었다.
새 수저가 갖고 싶은 마음에 신문지와 고급 스탠레스 수저를 맞바꾸고 말았다.
식구들은 새로 장만한 수저로 저녁을 맛있게 먹는데
나는 허전한 마음에 목이 메어 눈시울을 적셨던 적도 있다.
  지금도 나는 정확한 시간에 신문이 배달되지 않으면 대문 밖을 기웃거린다.
 그리고 신문에서 나는 잉크 냄새를 누구보다 반갑게 맞이하는 사람 중의 한사람이다.
아직도 신문을 몇 달씩 보관하는데 가끔은 아끼는 신문으로 가족들의 철 지난 옷을 싸서 보관하기도 한다.
털옷과 모직 옷을 싸두면 신문에 밴 기름 냄새가 나프타린 역할을 해 좀이 슬지 않는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하도 속이 상해 멀리 여행을 가려고 작심을 했다.
서랍을 열고 신문에 쌓인 옷을 풀어가면서 가방을 싸다 말고 나는 주춤하고 말았다.
‘지금 무얼 하느냐’는 아버지의 고함 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신문지 사이마다 들어있던 아버지 말씀이 나를 타이르는 듯해 숙연해지는 순간이었다.
나는 그대로 주저앉아 낡은 신문의 오래된 기사를 읽다 하루해를 넘긴 적도 있었다.
  우를 범한 사람에게 가르침은 언제 어디서 또 그것이 무엇이든지
간에 깨달음을 준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인 것 같다.
일반인들에게 신문은 그날그날 나라 안팎의 정세와 기사를 읽는 것이 전부겠지만
내겐 아버지의 가르침을 되새겨주는 스승처럼 때로는 회초리 같은 가르침을 주는 것이 신문이다.
그 곳엔 아버지의 말씀이 담겨 있어 내 갈 길을 가르쳐주기 때문이다.
-------------
엄마의 글을 읽으며 외할아버지를 떠올립니다.
함흥에서 피난 못 나오시고, 어떻게 되셨는지 생사도 모른 체
가족들에게 그리움만 남겨놓은 그 이야기.
전 사실 외할아버지 존함도  생각이 나지 않는답니다.
외할머니 결혼사진에서 안경을 끼셨고, 신부는 드레스를 입고 구두를 신고,
참 엘리트셨구나를 생각나게 하는 그 장면만 기억에 남아있어요.
항상 어지럽게 뒹구는 신문과 원고지를 보며,
책상하나 마련하지 못하는 그 궁핍한 환경 속에서도 책을 읽으시고
밥상에 앉아 원고지와 씨름하느라 밤을 새우시고,
또 아침엔 토끼같이 빨간 눈을 하시곤 아침상을 차리시는 그 종종걸음이
너무 힘들어 보여 ,나는 절대 엄마처럼 살지 않으리라 다짐을 했건만
저도 그렇게 되어가고 있네요.
스크랩하고 정리하는 것은 따라가지도 못하지만요.
당신의 자손이라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이 글을 읽은 저의 아들이 만일 엄마의 외할아버지만 피난을 나오셨으면
우린 더 풍족하지 않았을까라는 말을 하네요.
아마 그럼 너희들은 태어나지도 않았을꺼야라는 말로 일축해 주고
한참을 엄마의 아버지를 생각해 봅니다.
     
                       


추천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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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엄윤성님의 댓글

엄윤성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신문에서 나는 잉크 냄새를 누구보다 반갑게 맞이하는 사람 중의 한사람이다..."
대단히 인상적입니다. 저 역시도 그런 사람중 하나입니다.(저는 새 책의 냄새도 무척 좋아합니다)
늘 좋은 글 뵙고 있습니다. 오늘 물요일, 즐거운 하루 되십시오.

장운기님의 댓글

장운기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한미혜 시인님 !
요즘은 더많은 가정에서 신문을 보지만 신문에 대한 깊은 추억이 있는 집은
그리 많지 않을겁니다
특별한 추억과 기억이 살아나는 아름다운 글 잘보았습니다
촉촉한 대지의 욕망처럼 시인님 건필하세요,,

목원진님의 댓글

목원진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신문은 그 사회와 국가의 거울이기도 하고 등대도 되고 있습니다.
독재자들은 저들의 호신과 선전의 도구로 사용하나, 자유를 수호하는 나라일수록
다양한 役 活을 구사하여줍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나, 이웃나라나, 점점 부수가 줄어갑니다.
통신수단의 발전이랄까, 신문지를 거치지 않고서도 다른 매체에서 보고 듣고 알 수 있으니 말입니다.
그러나 기록의 실재를 다시 거듭 확인하려 할 때이면, 신문처럼 다시 볼 수 없습니다. 지금의 통신 수단으로
요즈음 젊은이들이 책을 읽는 층이 조금씩 줄어갑니다. 신문은 물론, 지나가는 구름처럼 순간 보는 정보와 지식보다
손에 들고 몇 번이고 되새기어 음미하고 마음으로 저작하며 뇌 세포에 간직하는 젊은이가 늘어가면 하는 생각을 이글을 보고
느끼었습니다. 여전하신 현모양처, 어진 선생님, 열심히 공부하는 대학원생, 계속 창작의 작가 시인님! 우리 집 존경의 표본입니다.

김화순님의 댓글

김화순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매일 신문을 접할때마다 시인님의 어머님께서는 시인님 어머니의 아버님을
시인님은 외할아버지를 늘 생각하시겠어요
분단의 역사속에서 아픔으로 자리잡았지만 그래도 가슴속에선 영원히
빛이 바래지 않고 아름답고 소중한 추억으로 살아 숨쉬고 있을겁니다
주신글 잘보구 갑니다.. 늘~ 행복하세요..

고윤석님의 댓글

고윤석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도 얼마동안 지방 모 신문사에서 프리랜서로 좀 있었는데 대단히 바빠요..
지금은 글만 이메일로 보내주고 집에서 다른 일 합니다...
아버님이 신문사에 계셔서 추억거리가 많네요..
한미혜 시인님도 공부하랴..직장생활하랴...바쁘실 것 같아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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