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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시에 나타난 ‘사막’의 의미/양은창(단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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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박태원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 댓글 1건 조회 1,677회 작성일 2008-07-25 22:18

본문

한국 현대시에 나타난 ‘사막’의 의미

 

양은창(단국대학교 교수)

 

1. 한국현대시와 ‘사막’

 

현대시의 소재는 무궁무진하다. 수많은 소재가 시에서 활용될 수 있음은 시의 영역이 그만큼 넓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수많은 소재 중에 시인이 특정한 소재를 선택한다는 것은 특별한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서이다. 또한 소재는 시어라는 형식을 통해 구체성을 갖는데, 시의 구조에서 시어가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한다면 시인이 선택하는 시어는 시의 의미를 핵심적으로 드러내는 키워드가 된다. 그러므로 현대시에서 구사되는 소재는 현대시의 의미를 추적하는 통로가 된다. 따라서 본 발표는 한국현대시에 나타난 ‘사막’을 통해 현대시가 지향하는 의미를 단편적으로나마 이해하기 위한 작업이다.

실제 사막은 식물이나 동물이 전혀 살 수 없는 곳은 드물고, 일반적으로 풀과 관목이 자라지만 그 수나 양이 희박한 상태의 토양을 뜻한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사막의 면적은 1500만km³에 달해 전체 육지의 1/10 이상이며 지역 또한 광범위 하게 분포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사막은 연평균강수량 250mm 이하의 지역에서 나타는 경향이 있다. 특히 더운 건조사막은 열대사막과 중위도사막으로 구분되는데, 열대사막은 위도 15∼30° 사이에 분포하며 멕시코 북서부의 소노라·캘리포니아·애리조나·사하라·리비아·아라비아·타르·빅토리아·아타카마·칼라하리 등의 사막이 이에 속한다. 이들 사막의 특징은 일반적인 식물군이나 동물군이 살 수 없는 경우에 해당되기 때문에 불모지라고 인식된다. 그러나 사막식물이나 동물은 특수한 종에 한정되지만 엄연히 존재한다.

한국 현대시에서 ‘사막’은 다양한 형태로 드러난다. 특히 사막을 대표적인 소재로 활용한 유치환의 ‘靑馬詩抄’(1939년)에서 비롯된 ‘사막’은 ‘불모성’과 밀접한 관계를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사막이 존재하지 않는 한국의 실정에서 볼 때, 사막은 막연하게 생명이 살 수 없는 절대 공간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어떤 생명도 존재하지 않는 불모성은 역으로 모든 생명을 창조하는 공간으로 전환되기도 한다. 이때의 ‘사막’은 ‘절대성’ 또는 ‘위대함’과 결합되어 미학 범주에서 숭고미의 원리로 성립된다.

숭고미는 변화가 존재하지 않은 단조로움을 원리로 적막하거나 대조가 존재하지 않는 정적인 것에서 비롯된다. 그러므로 다채로움이나 흥미가 존재하지 않는 권태로운 것에 가깝다. 그러나 숭고미는 ‘연장의 위대성’과 같이 한없이 깊고 넓고 광활하고 높은 것과 관련된다. 그러므로 한국현대시에 구현되는 사막은 일반적으로 미학적인 범주에서는 숭고미의 원리에서 출발한다.

 


2. 현대시의 ‘사막’의 구현

 

한국현대시에 나타난 ‘사막’은 불모성을 근거로 출발한다. 즉, ‘끝없고’, ‘영원한’ ‘연장의 위대성’을 대입하여 일체의 생명이 존재하지 않는 극한의 상태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흔히 ‘연장의 위대성’은 숭고미의 일반적인 생성 원리를 제공한다. 그러므로 사막의 대입은 궁극적인 의미를 생성하기 위한 ‘절대자’를 구현하거나 ‘극한’의 공간성을 지시하게 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사막의 불모성은 생명성으로 환치되는 경향이 짙다.


나의 지식이 독한 회의(懷疑)를 구(救)하지 못하고

나 또한 삶의 애증(愛憎)을 다 짐 지지 못하여

병든 나무처럼 생명이 부대낄 때

저 머나먼 아라비아의 사막(沙漠)으로 나는 가자.

거기는 한 번 뜬 백일(白日)이 불사신같이 작열하고

일체가 모래 속에 사멸한 영겁(永劫)의 허적(虛寂)에

오직 알라의 신(神)만이

밤마다 고민하고 방황하는 열사(熱沙)의 끝.

유치환, <생명(生命)의 서(書)> 중에서

 

위의 유치환의 <생명의 서>는 강인한 대결 정신과 생명의 의지를 ‘사막’을 통하여 구현하고 있다. 존재적 허위가 아닌 실체를 구현하기 위해 비생명적인 요소인 ‘사막’을 대입하여 생명성을 구현한다. 이러한 생명성은 시적 자아가 절체절명의 공간에 위치한 경우 의미를 명확하게 구현하기 위한 장치이기도 하며, 자아를 극한에 던져 놓음으로써 절대 의지를 구현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한편, 이육사의 <황혼>에서 “고비사막을 걸어가는 낙타 탄 행상대에게서나”와 같은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 시적 자아가 처한 절체절명의 고독과 소외를 ‘사막’과 대위하여 나타내기 때문이다. 특히 노자영의 <광야>에서 제시되는 “꽃 한 포기 없는, 사막의 땅에서 거칠은 바람에 헤매는 내 혼아!” 역시 같은 사막의 이미지를 구현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러나 한국현대시에 구현되는 ‘사막’은 점차 생명성이 짙은 직접적인 대상으로 구현되는 과정을 걷는다.

 

사막은 잠시 울음 삼키며 기도했네

모래알들도 따라 기도하는 동안

소낙비 한바탕 지나갔네

웬걸, 소낙비가 내리다니!

사막은 그만 벌써 슬픔 다 잊고

물기 촉촉한 제 사타구니 열어

잽싸게 낙타풀 한 무더미 키워 올렸네

이은봉의 <사막> 중에서

 

위의 시처럼 최근의 현대시에서 볼 수 있는 사막은 ‘생명성’을 전제로 성립된다. 오히려 생명을 키워내고 생명을 창조하는 확증적인 대상이 사막인 것이다. 김명수의 <사막의 노래>는 “부르고 있는 것은 헛된 것이 아니다. 뼈야 살점아 증거도 없이 스밀 우리들의 눈물아, 가거라 뜨거운 불볕 사막으로”와 같이 자신의 존재적인 육신이 사막을 통해 헛된 것도 실체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을 제시하기까지 한다. 그러므로 사막은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동시에 생명을 각인하고 생명을 창조하는 공간으로 전환된다. 정군칠의 <눈의 사막>처럼 “수많은 사구의 그림자 안에 알몸인 내가 웅크려 있다 잔물결을 이루며 깊이 잠든 나”와 같이 생명을 조영하고 출발시키는 원점으로 설정되기도 한다. 그런데 사막의 불모성이 생명성으로 진행되었다면 여기에서 더 나아가 사막 그 자체의 설정을 처음부터 생명성으로 설정한 뒤 다시 불모성을 강조하는 경우도 있다.

기형도는 <물 속의 사막>은 이미 물로 가득 찬 장마철 홍수를 설정한 뒤 “물들은 집은 버렸다! 내 눈 속에는 물들이 살지 않는다”로 불모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것은 사막 그 자체가 지닌 불모성을 역전적인 의미로 재생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현대’라는 그 자체가 비극성을 내포한다는 루카치의 규정에서 알 수 있듯이 현대시는 허위나 무위 건조한 공간을 대리한다. 그러므로 사막에서 획득한 생명성조차도 재차 역전시켜 무위로 규정하는 현대시는 더욱 비극적인 세계 인식의 결과라 이해된다.

 

텅빈 아시아 대륙

황량한 사막 위로 모래바람이 불어가고

마지막으로, 실패한 한 남자 곁에

한사코, 실패한 한 여자가 눕는다

어디선가 붉은 양수가 질펀하게

새어 흐르기 시작하고

최승자의 <문명> 중에서

 

현대 문명과 단정된 인간관계를 비판한 이 시는 사막의 황량함을 남녀간의 비창조적 상황과 대입시키고 있다. 이처럼 한국현대시에 구현되는 ‘사막’은 불모성에서 출발하여 생명성을 획득하고 재차 불모성을 강조하는 수단으로 정형화되는 과정을 걷는다. 특히 이 과정에서 등장하는 사막은 ‘아라비아 사막’이나 ‘고비사막’이라는 지역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다. 사막이 존재하지 않는 한국의 현실을 감안하다면 ‘사막’에 대한 이미지는 중동 건설 붐이 일던 시기 한국인 노동자의 모습에서 열사의 사막과도 관련되며, 다른 한 축으로는 낙타와 관련된 고비사막이 그것이다. 고비 사막의 인용은 지역적인 인접성과 알타이민족의 인류 기원설과 연관된다. 특히 고비 사막의 중심에 위치한 둔황은 실크로드의 중심 도시이자 오아시스 도시기도 하다. 그러므로 오랜 방랑과 기착지라는 점에서 시적 상상력을 발현하는 사막과 관련이 있다. 특히 사막과 둔황은 실크로드 상의 도시와 공간이라는 점에서 낙타를 탄 행상대와 밀접하게 연관된다.

따라서 한국 현대시의 소재로 등장하는 ‘사막’은 시적 상상력의 체계위에 설정된 대상이다. 사막은 절대적인 불모성을 근간으로 출발하여 생명성의 탐색과 획득 과정을 거쳐 다시 현대 도시인의 무위한 대상으로 설정되는 과정을 통해 현대시가 지향하는 하나의 정점을 지시하는 시어이기도 하다. 이러한 시어의 의미 영역은 한국현대시가 걸어온 특정한 소재의 의미변화를 선명하게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3. 맺음말

 

현대시에서 시어는 시적 성격을 가늠하는 척도이기도 하다. 본 발표는 한국현대시의 소재로 사용된 ‘사막’을 구현하는 양상에 관해 그 의미를 단편적으로 제시한 것이다. 그 결과 한국현대시에서 ‘사막’은 유치환, 노자영, 이육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인들에 의해 구사됨을 확인할 수 있으며, 절체절명의 인간 의지를 실현하는 대상으로 활용됨을 알 수 있었다. 이후 불모성의 성격은 생명을 창조하는 대상으로 환치되어 역전적인 의미로 구사되는 현상을 볼 수 있었으며, 최근에 이르러서는 생명성을 추구하던 사막이 오히려 생명성이 존재하지 않는 무위의 대상으로 구사되는 현상을 보여주었다. 이것은 한국 현대시의 문명 파괴나 생명 부재의 현상을 깊이 각인하는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편, 이 과정에서 주로 등장하는 사막의 실체적인 지역은 ‘아라비아사막’이나 ‘고비사막’이 대표적인 현상임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열사의 중동 이미지나 실크로드, 둔황의 지역성이 지닌 이미지를 활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므로 한국현대시에서 구현되는 소재인 ‘사막’은 한국현대시의 한 측면을 엿볼 수 있는 단층이라는 점에서 면밀한 분석 과정이 따른다면 의미가 있는 관찰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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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방정민님의 댓글

방정민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네...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저도 대학원에서 조금 배운바 있습니다.
제 시에도 사막이라는 제목의 시가 있구요...
더운데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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