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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필 깎기 > -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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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은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9건 조회 3,424회 작성일 2009-02-08 19:11

본문

대형마트에 갔다가 문구 가운데 진열된 연필을 보았다. 어릴 때 쓰던 연필처럼 꼭지에 지우개가 달린 나무 색깔의 연필이었다. 반가운 마음에 한 달음에 달려가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건 착각이었다. 완벽하게 무늬만 연필인 샤프였던 것이다. 쓴 웃음을 지으며 저편에서 어렸을 적 생각을 떠올렸다.

평상시 자상함에는 으뜸이셨던 아버지는 아침에 학교 가기 전에 책가방을 싸는 사람은 준비성이 없는 사람이라며 엄청 혼을 내셨다. 그래서 남동생 둘을 포함한 우리 삼남매는 언제나 잠들기 전에 책가방을 싸야만 했다. 책가방을 챙길 때 즈음이면 연필을 갖고 안방으로 건너오라는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공부하느라 닳아지거나 장난을 쳐서 부러진 연필을 깎는 일은 책가방을 싸면서 마지막에 필통을 넣기 전의 통과의례였다. 지금처럼 샤프가 있던 시절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엄마는 아이들 셋을 나란히 앉혀놓고 연필을 깎아주셨다. 그 시간이면 어김없이 똑같은 엄마의 걱정 어린 잔소리가 시작되었다. “학교에서는 선생님 말씀을 잘 들어야 한다. 수업 시간에 한눈팔면 안 된다. 친구들과는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라. 연필로 장난치면 안 된다. 글씨를 쓸 때는 꼭꼭 눌러서 바르게 써라.” 등등의 말씀이 끝나면 어김없이 서걱서걱 연필 갈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서로 제 것을 먼저 해달라며 아옹다옹 거리며 나란히 앉았다가 연필 깎기가 끝나는 대로 하나씩 일어나 방으로 돌아가 방금 깎은 연필을 담은 필통을 책가방에 넣고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그러던 초등학교 5학년쯤으로 기억된다. 어느 날 아빠가 그 때 당시 연필깎이라는 정말 귀한 물건을 사오셨다. 국산 연필깎이가 없던 시절 미제 연필깎이를 선물로 받은 그 날은 참으로 기뻤다. 엄마도 더 이상의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되겠다며 무척이나 좋아하셨다. 그 날 이후로 삼남매는 물 만난 고기마냥 쓰지도 않은 연필들을 서로 깎겠다고 다투고, 부러지지도 않은 연필을 일부러 부러뜨려가며 경쟁하듯 연필깎이를 돌려댔다. 그러다 연필깎이가 가끔씩 고장을 일으켰다. 급하게 돌리다 연필깎이 안에서 부러진 연필심이 톱니바퀴에 끼어서 일으킨 고장이었다. 그렇다고 지금의 샤프처럼 쓰다가 망가지면 바로 새 것으로 바꾸기도 하고 새로운 모델이 나오면 쉽사리 바꿔버릴 정도의 물건이 아니었던 만큼 부모님께 들킬까봐서 연필깎이를 분해해서 부러진 연필심을 뽑아내곤 하였다.

세월이 얼마를 흐르고 문득 연필깎이를 얻고 나서 잃어버린 것들을 생각한 적이 있었다. 편리함은 있었으나 더 이상 연필을 깎아주며 들려주시던 엄마의 걱정 어린 잔소리도 사라졌고, 사각거리던 소리도 아스라이 사라져버렸다. 내 아이들이 자라서 연필로 글씨를 쓸 나이가 되어 연필깎이를 사주면서야 비로소 그 연필깎이를 사다주실 때 아버지 마음이 어떠하셨을지 짐작할 수 있었다. 지금은 그나마 연필깎이도 사라져 샤프만이 위세당당 할 뿐이다. 아련한 추억속의 서걱서걱 연필심이 갈리던 소리는 지금도 귓가에 쟁쟁하건만 이제는 손놀림도 시력도 여의치 않은 엄마에게서는 젊은 시절 고운 모습으로 해주시던 걱정 어린 잔소리를 더 이상 들을 수 없음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추천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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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김현수님의 댓글

김현수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네
이기회에 저도 할말있습니다
퇴근길 어두컴컴한 길바닥에 펼쳐놓은 노점상에서
1000원짜리 연필을 한묶음 사서 아직도 쓰고 있습니다

사랑은 연필로 쓴다기에 수취인 실수로 잘못 써 지우개달린
연필로 지우려해도 지워지지 않아 찬찬히보니
가짜 지우개였습니다 모양은 흡사 지우개하고 똑같았는데
모조지우개였습니다 글자를 잘못 써도 지우지 않기로 했습니다

「중국산에 속지 마세요」 질보다 양은 아무래도 속임수인가 봐요
이제는 덤으로 주는 것 1+1은 거부하고 살겠습니다
의미심장한 글 잘 접하고 갑니다

이순섭님의 댓글

이순섭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연필 깎기의 추억 속에 괜히 다 쓰고난 모나미 볼펜에 몽당 연필을 끼워서 쓰던 시절을
떠올려 봅니다. 지금도 습작한 시 등을 노트에 옯겨 적을 때 연필은 아니지만 많은 샤프중에서
골라가면서 꼭 샤프로 쓰고 있습니다. 성경 쓰기는 만년필로 쓰며 마음을 다잡습니다.
`연필 깎기` 잘 감상하였습니다. 고맙습니다.

최인숙님의 댓글

최인숙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인님 엄마 앞에 둘러 앉아 있는 방 풍경이 눈에 선하고
연필심 깎는 소리가 사각사각 들립니다
기계나 샤프는 우리의 정서를 다 앗아 갔고  수명도 길지 않아요
이 글은 마치 고향에 온듯한 느낌으로 정감있게 잘 읽었습니다

지인수님의 댓글

지인수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연필을 깍아가며 꿈을 키우던 시절
지우개를 반으로 나누던 짝지의 기억.
절대 잊을수 없는 살아가면서
제일 자신 만만한 예기거리 입니다

전 * 온님의 댓글

전 * 온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사람과 사람의  가슴 맞대는
교류가  진정한  사랑이겠지요.
옛날이 그리운 것은
지금 부요를 누리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이
얼마나 감정에 헐벗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것이겠지요.
껴 입은 고급 의류 속엔
사랑의 추위에 떨고있는 빈 가슴
사랑을 잃어가는  현대인의 모습이 있을 뿐입니다.
늘, 좋은 글 주심에 감사합니다.

이은영님의 댓글

이은영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김현수 시인님, 이순섭 시인님, 최인숙 시인님,
허혜자 시인님, 최승연 시인님, 지인수 시인님,
전 * 온 시인님, 박태원 시인님.

댓글에서 몽당 연필을 아껴가며 쓰던 세대 공감을 깊이 했습니다.
연필심이 좋지 않아서 공책이 찢어지고 하던 시절이었지요?
지우개로 잘 못 쓴 글자를 지우다 보면
공책이 더 더러워지던 기억도 새록합니다.
요즘에야 자식이 상전이라지만
부모님께 꾸중을 들을까 모든 일에 조심하던
그 시간은 언제나 되돌아가고플 만큼 그리운 시간들이지요.

유자차, 모과차, 인삼차, 쌍화차,
국화차, 레몬티, 보이차 그리고 우유 한 잔씩 놓아두고 갑니다.
한 잔씩 골라서 드시고 행복한 밤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날이 많이 따사로와진 만큼
문우님들 가슴속까지 따사로와졌으면 합니다.
다녀가신 발길에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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