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사체 센서등>

                                    김혜련


오래된 주공 아파트 계단에는
인적 감지하는 센서등이
변사체로 발견된 지 오래다
비싼 다이어트 대신
계단 오르기를 실천하는
불혹의 나는
오늘 밤도 녹초가 된 다리로
계단을 오른다
세상은 온통 변사체 센서등이다
누군가 아파 쓰러져도
누군가 성폭행을 당해도
누군가 죽어가도
온통 무감각할 뿐이다.

가난한 나는
아들 녀석 연기학원 수강료
칠십 만원을 벌기 위해
노래방 도우미로 웃음 팔며
변사체 센서등처럼
세상일에 무감각해지고 있다

산다는 것은
주공 아파트 변사체 센서등처럼
얼마 동안 눈부시게 빛나다
어느 순간 소리 소문도 없이
죽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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