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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으신, 김 노인 -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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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김영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3건 조회 1,744회 작성일 2010-01-18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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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 좋으신, 김 노인
                                                                                                                        김영우(시몬)
 
  몇 잎 붙어 있지 않은 낙엽이 한 잎 두 잎 힘없이 떨어지는 늦은 가을입니다.
오늘따라 나의 마음에는 쓸쓸한 바람이 파도처럼 밀려듭니다. 항상 내 옆에서 푸른 나뭇잎처럼 붙어 지내든 김 노인과 나 사이였는데 지금은 멀리 떠나가고 안녕을 말해주던 창문에 불빛도 비쳐주지 않습니다. 새벽 4-5시 만 되면 창밖으로 흘어 나오던 불빛이 항상 나를 반겨 주었고 밤새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하고 나 혼자 중얼거리며 흐뭇해하던 그때가 오늘따라 왜 이렇게 그리워질까?
  나이는 나보다 다섯 살이 더하셨지만 산행을 할 때는 나보다 언제나 앞서 가셨고 뒤에 처지거나 떨어져 따라 온 적이 없는 젊은 이 못지않게 노인장을 자랑하시던 김 노인 이였습니다.
  고향도 같은 경상도이고 신앙도 같고 취미도 같으며 신라 경순왕의 후손으로 같은 종씨라서 어느 때는 친구 같기도 하고 어느 때는 형제 같은 생각에서 항상 각뜻이 다정스런 형님으로 모시고 있었습니다.
  같은 성당에서 노인복사도 서며 요셉회도 영령회도 샛별 대학에도 함께 다니며 평일미사도 언제나 함께 빠지질 안 했습니다. 또한 한 단지에 있는 노인정에도 똑 같이 국민 학생처럼 다녔답니다.
 
  같은 노인이 된 입장에서 가진 것은 시간뿐이라고 하면서 틈만 나면 서로가 마치 통시에서 개 부르듯이 전화만 걸면 쫒아오고 좆아 가곤 했습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부르고 술자리가 있을 때 부르고 노인정에 갈 때나 성당에 무슨 행사가 있을 때는 언제나 같이 가는 것이 상례였습니다.
 
  비록 나이는 차이가 있지만 무슨 일이든지 언제나 내가 주관하고 먼저 서둘면 김 노인은 무조건 따라주셨고 한 번도 사양하거나 의견 차이를 가져본 일이 없는 사이 랍니다 그럴수록 나는 조심스럽게 대하였으며 조금도 도리에 어긋나지 않게 형님으로 존경하였습니다.
 
  내가 이곳 대전에 와서 살고 있는지가 오늘로서 만 십년이 되었습니다. 우연이 전민동 본당에서 이렇게 좋으신 김 노인을 만나서 함께 지낸 것도 7년이나 되었답니다. 사실 본당에서나 우리주위에 모임에서 보면 너무 잘난 체하고 자신의 의견만 내세우고 목소리만 높이는 잘난 사람들이 너무 많이 있지만 이러한 분들에는 참다운 친구로 닥아 서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모두가 김 노인과 같은 사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해봅니다,
 
  76세의 김 노인은 40여년동안 서울에 살면서 아들 둘 딸 둘을 두어 다들 출가시키고 큰아들(53살)은 대전 모 연구소에 책임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는데 7년 전에 김 노인은 상처를 하고 큰아들 집으로 내러와 살고 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7년 전에 전민동 성당에서 나와 만났을 때 진지하게 나에게 상의를 했답니다. 혼자 방을 얻어서 살까? 아니면 아들집에 들어가 사는 것이 좋을까? 하고 문의를 하실 때 나는 당연히 큰 아들집에 들어가 사는 것이 도리이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하기를 권했습니다.
  큰아들은 이곳 대전에서 57평 아파트를 구입할 때 아버지가 2억 원을 대주었고 이번에 노은동 새 아파트로 이사 갈 때도 김 노인은 가져 있는 나머지 돈도 다 털어 주었답니다.
  김 노인이 지금 사는 것을 보면서 다시, 한번 생각해봅니다.
노인들은 움직이어야 운동이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동사무소에 나가 공원청소를 합니다. 얼마간의 잡비를 벌어야 되기 때문입니다.  만약 가진 돈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등산이나 하고 취미생활에 여념이 없을 텐데 며느리가 용돈을 전혀 주기 않으니 우리는 자연히 그 며느리에게 눈총이 쏠리게 됩니다.
  며칠 전에도 등산을 같이 갔습니다. 점심을 먹으려고 도시락을 내어놓는데 컵라면 한 봉지와 보온병에 뜨거운 물만 내어 놓으시기에 내가 물었습니다. 그동안 우리 둘 사이는 못할 말이 없었습니다. 김 노인이 하시는 말이 우리 며느리는 방학이 라네, 하며 말끝을 흐립니다. 나는 즉시 그게 무슨 말입니까? 하고 따져 물었습니다.
  큰 아들은 미국 출장을 가고 손주 들은 방학이라서 집에 없고 하니 오늘부터 나도 방학입니다, 라고 며느리가 말 하드랍니다. 아침밥도 지을 생각도 안하기에 그냥 라면과 뜨거운 물만 가지고 아침도 거르고 오셨다는 것이랍니다. 나는 하도 기가차서 참 세상은 요지경 속이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이세상이 이렇께 변해갈까, 어느 누구가 내일 같이 않다고 장담하겠습니까? 남의일 같지 않은 우리 모두의 집안 속사정을 누가 남의 일로만 웃어넘길 수 있겠습니까?
 
  누구나 말 못할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사는 가정이 얼마나 많으랴마는 김 노인과 같은 어려움도 새삼 기도 속에 한 부분으로 간직하게 되었기에 더욱 간절한 기도가 있어야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늘도 김밥 몇 줄 사가지고 계족산(423m)을 갑니다. 어제도 그전에도 보문산 우산봉 수통골 계룡산 등 대전 주위에 있는 가까운 산들은 틈만 나면 우리 둘은 잘 다녔습니다.
 
  2003년 1월13일(월) 김 노인과 김병규와 셋이서 수통골 산행을 마치고 유성에 와서 목욕을 했던 일, 청주 해장국집에서 한잔하고 돌아왔던 일,
 2005년 12월 13일단둘이서 수통골로 산행 빙계산 금수봉으로 도덕봉 능선을 타는데 마침 첫 눈이 많이 쌓여 아이젠도 없이 혼이 난 적도 있었으며 하필이면 김 노인이 한쪽장갑을 잊어먹고 애를 먹던 잊지 못할 추억도 있었답니다.
 
  탄마 산악회 자유산악회 전민새마을 산악회 꿈돌이 산악회에 참석하여 김 노인과 함께 6-7년을 함께 산행을 했습니다. 우리나라 어느 곳마다 대부분 산은 다 우리들의 발자국이 새겨져 있습니다. 지금도 가랑잎 속에서 추억을 역으면서 언제 또 다시 찾아올까, 기다리고 있을 것 입니다.
  내가 좋아했던 김 노인은 산을 좋아하는 취미를 가졌기에 해만 뜨면 함께 지낼 수 있었고 함께 산행을 할 수 있는 동반자로 아주 편안 하였습니다. 주고받는 것 의식하지 않고 과식 없이 격식 차리지 않고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껴집니다. 오늘 내 옆을 떠난 김 노인을 생각하면서 유별나게 외로움을 느끼게 되는 것도 계절 따라 오는 걸까, 늙어가는 외로움일까 다정한 김 노인을 떠나보내서일까, 전민동에서 노은동으로 이사를 갔으니 말이지 만약 영영 저세상으로 떠났다면 어떠할까? 깊은 생각에 잠깁니다.
 
  이것을 인생의 외로움으로 간직하면서 다시 또다시 창문을 열어 앙상한 나뭇가지를 바라보고 허무한 인생의 발자취를 더듬어봅니다.

추천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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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이두용님의 댓글

이두용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김노인님과 정이 돈독한 사이시군요.처음에 수필을 읽으면서 김노인이 돌아가신줄 알았습니다. 저는 아직 젊지만 늙어도 수중에 돈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들이나 자식에게 의존한다는 것은 현실세계에 바람직 하지 못하고, 자식이 안스러워 다 물려주고 나면 개밥의 도토리 인생이 되고 마는 법이지요. 자기 인생을 위해서도 꼭잡고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김노인과 둘도없이 다정하며 의지하고 살수 있다는 벗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입니다. 어려운 일이 있으면 이야기하고 도와주며 종교도 같으시고 산행도 하시고 참좋으신 분인데 멀리 이사를 가신 모양입니다. 잘읽었습니다.

김영우님의 댓글

김영우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평화를 빕니다.!

이두용 시인님.!******
이별이란 죽음도 이별이요 생 이별도 죽음과같은 이별이라 하지요
멀리 이사가신 님을 그리워하는 저의 마음을 함께 공유 해주심에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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