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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호 소설 원고입니다.-성주연

페이지 정보

작성자 : no_profile 성주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0건 조회 29회 작성일 2024-02-15 22:40

본문

그냥 게임


1. #암캐

“이씨 이거 뭐야... 여기도 있고... 죽여 버릴 거야!”

여진의 손이 덜덜 떨린다. EBS 교재 위에도 해시티그 글씨가 둥둥 떠 있어 문제를 풀 수가 없다. 육변기, 후장자위, 오나홀, 시오후끼,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인터넷에 검색해 본다.

“이 더러운 새끼.”

일주일 전 모르는 아이디 djd에게 인스타 DM이 왔다.

  - 강남여고 출신 너 맞지?
  협박 안하니까 걱정말고 저 박제 글은 내려달라고 하는 게 좋겠다.
 
 djd가 캡처해 보낸 사진을 손가락으로 벌려 자세히 봤다. 눈알이 뜨거워지고 빠져나올 것 같았다.

  1. 이름 오여진
  2. 나이 21
  3. 키 165 몸무게 48 가슴 80C
  4. 재수생
  5. 강남구 청담동 거주
  6. 취미는 후장자위, 여진이 개XX 씹X하기예요!
  7. 박제해주세요 ㅠㅠ
  현실에선 아싸찐따인데 집만 오면 발정남, 첫 자위 20살, 모르는 사람들한테 막 라인 오면서 능욕당할 때 진짜 너무 꼴렸어요. 현실 조신한 척, 온라인에서 음담패설 듣는 거 좋아하는 디그레이디 후장걸레에요. #암캐 #능욕 #박제 #걸레 #섹트
 
그리고, 인스타에 올렸던 사진은 분명 여진이다. 그때부터 여진은 밤새 자기 이름과, 해시태그를 검색한다. 새로 발견하는 박제 글에는 새로운 해시태그 (#암퇘지 #상납 #좆집 #변녀 #정액변기 #남존여비 #노예 #보평 #슴평 #육변기 #시선강간 #수치플)가 새끼를 치듯 불어나있다.

트위터에 올라온 글에서 ‘라인’으로 오라는 아이디가 기재된 것을 보았다. 아이디도 여진의 이니셜과 생년월일이다. oyj20030418. 라인 프로필 사진은 언젠가 카톡 프로필로 올린 사진 그대로다. 프로필 설명이 가관이다. ‘술 먹고 모텔에서 40대 직장인 아저씨들한테 아다 따이면서 시오후끼 처음 당해보고 극락 간 여진이 면상박제나 소장해서 보여주세요.’

뭔 소린지 머리가 돌아버리겠다.
오늘은 13개 발견, 내려달라고 메시지 보내다 잠들었다.

‘으악!, 죽어! 죽어!’
“여진아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이 땀 좀 봐!”
“벌레가 내 몸에 벌레가! 땅을 파면 튀어나와서 내 입으로 들어가!”
“공부가 힘들어? 좀 쉬고 학원에는 엄마가 전화할게.”

낯 뜨거운 일을 겪고 있다고 여긴 여진은 부모님에게도 말을 못했다. 매일 밤 검색, 메시지 보내기를 반복하고 다음 날에는 사라지기를 바랄 뿐이다.

‘어? 이거 뭐야? 이건 내가 아니잖아? 이현지도 있고 송서영도 있네? 문구도 내 꺼랑 비슷하고...... 그렇다면 범인은 같은 사람이야.  내 카톡 프로필을 올린 거니까  카톡 친추된 사람. 우리 셋을 다 알고 있는 사람. 이현지랑 송서영도 알고 있을까?’


2.  또하나의 캐릭터

‘자 이제 시작해 볼까?’
컴퓨터 화면을 켠다.
‘스토리를 어떻게 전개할지 하루 종일 고민했잖아! 얘들아! 오늘 주제는 노콘이다!’
키보드 자판 위에 손가락이 춤을 추는 듯하다. 잠시 생각하다 유사 내용을 검색하다 캡처해 두었던 글을 꺼내 참고한다.

아다를 노콘으로 따여서 그런지 콘돔끼면 잘 느끼지도 못하고, 질싸당하고 나서 다음날 정액이 XX로 조금씩 새어나오고, XX냄새 나는게 너무 좋아서 노콘으로만 섹스해요...꾸에엑(하트) 제 사진 저장하고 평가해주세요! 제 사진 저장하고 보내주세요. 남들 갤러리에 제 사진 있는 거 보여 지면 흥분돼요.

‘자, 이제 라인 프사를 오여진 사진으로 해 달라고 하고! 암호도, 조루XX 여진이 자궁에 정액 싸주고 싶네! 덧붙여 가축취급, 쌍욕 좋아! 오늘은 여기까지! 아우! 짜릿해!’
시원하다는 듯 기지개를 켜고 책을 편다.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3.  널 잡을 거야.

  “학생들, 이 내용으로는 접수가 안 됩니다. 범인을 특정할 수 없고, ‘라인’은 해외 SNS라서 수사 협조가 안 될 겁니다. 돌아가세요.”
 
 뭐가 이런지, 현서와 서영에게 연락해 사실을 말해 주고 셋이 내린 결정은 경찰에 신고하는 거였다. 증거 자료를 출력해 세 사람은 바로 강남 경찰서로 향했다. 그런데 신고도 받아주지 않는다니.

  “우리 힘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울 것 같아. 부모님께 도움을 요청하자.” 현서가 말하자 모두 수긍했다.

  여진은 중학교 때 일이 떠올랐다. 사귀자고 한 남학생이 있었는데 거절하자 자기 SNS에 여진과 사귀는 것처럼 거짓 피드를 상습적으로 올렸었다. 여진은 충격을 받고 고민 끝에 부모님께 말씀드렸다. 부모님은 대수롭지 않은 일 취급하셨고 그런 부모님의 태도에 더 큰 상처를 받았었다. 이번에도 지난 번 같은 반응이면 어쩌지. 여진은 가슴이 옥죄어왔다.

  설거지를 하시던 엄마는 듣는 둥 마는 둥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엄마는 반응이 왜 그래? 현지 엄마는 매일 밤마다 그거 지우느라 날을 샌다던데... 내가 얼마나 힘든 줄 알아?”
  “그러다 말겠지. 신경쓰지 말고, 찾아보지도 말고 수능 얼마 안남았는데 공부나 열심히 해! 시험 끝나고 대처하자.”
  “어떻게 이 상황에서 공부가 돼? 내 신상 다 공개되고 매일매일 독버섯처럼 퍼져나가고 있는데!”
  “여진아, 진정하고. 아빠 오시면 상의해 보자.”
 
 아버지는 인스타 DM 속 내용을 보고 어안이 벙벙했다.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이야? 희한한 표현도 다 있네. 세상에!”
  부모님은 놀라기만 할 뿐 해결책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으셨다. 여진 아버지는 변호사인 친구에게 전화해서 도움을 청했다. 아버지의 변호사 친구는 악질 범이라며 꼭 고소하라고 강남 경찰서 경찰을 소개해 주고 직접 고소장을 써주었다.

  “이런 일 당했을 때 결과를 떠나서 어른들이 적극 대처해주는 경험이 중요해.”
  아버지 친구의 조언으로 여진의 엄마는 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사건은 여성청소년과에 맡겨졌다.

  4.  내 기분 알아?

  ‘니들 인싸 마녀들이 내 기분 알아? 니네도 당해봐라! 오늘은 포르노 한 편 보고 작업해 볼까?’
 
  “밥 먹어야지!”
  “네,  엄마 이거 하던 일 마치고요!”

  노트북을 열어 19금 사이트에 들어가, 영화를 고른다. 귀에 에어팟을 끼우고 패드를 꺼내 정밀하게 묘사한다.
  ‘나 이러다 웹소설 작가되는 거 아니야? 덕분에 고맙다 얘들아!’
 
5.  독서실에 고깃덩어리

  장마가 한 달 이상 이어지고 있다. 여진은 학원 실장님에게 외출을 허락받고 장대비 속으로 들어간다. 버스를 타고 강남 경찰서로 향한다. 엄마와 조사받으러 가기로 한 4시가 다가온다. 여진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준비한 자료를 넘겨본다. 매일 밤 해시태그 검색, 내려달라는 메시지 복사 붙여넣기도 자동화 되어간다. 너무 익숙한 단어들에 점점 익숙해져가고 있다. 정말 자신이 그런 짓을 한 건지 어떤 때는 의심스럽기도 하다. 정신과에 가봐야 하는 걸까. 벌써 석 달이 지났다.

  사건은 여성청소년과에서 사이버범죄수사대로 이관되어있었다. 40대 남자 형사는 고소장을 보고 내용을 확인시켰다.
  “이거 ‘라인’은 일본 계정이라 수사 협조를 해줄 지 모르겠어요. 우리 나라 계정이면 IP 조사하고 금방 범인 알 수 있는데... ”
  “범인으로 의심되는 사람이 세 명 있어요. 비슷한 일을 당한 세 친구가 모두 아는 사람이예요.”
  “그렇다고 그 사람들을 증거없이 조사할 수는 없어요. 그래도 자료 두고 가시면 검토해보겠습니다. ‘라인’에 수사 요청서도 보내볼게요. 아 그러게 SNS에 사진 올리고 그런 거 하지 마세요!”

 여진은 기가 막혔다. 그럼 자기 잘못이라는 건가?
엄마는 기다려보자며 여진을 달랬다.

  이현지도 고소해 사건이 수사 중이라고 했다. 좀 더 적극적인 여자 변호사와 진행하고 있고 ‘라인’ 측의 답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현지 어머니는 여전히 매일 밤 여진이 하고  있는 일을 하느라 잠을 못 주무신다고 한다.
 
 ‘우리 엄마는 잠만 잘 자는데...’

  여진은 적극적이지 않은 부모님이 원망스러웠다. 형사의 태도에도 분노가 치밀었다. 하루 종일 마스크를 벗으면 안 되고 대화도 금지된 학원 독서실을 둘러본다. 온통 흰 벽에 대형 냉방기에서 쏟아지는 냉기들. 냉동고에 보관된 고깃덩어리가 된 자기 몸에서 핏물이 흐르듯 눈물과 콧물이 소리 없이 흘렀다.

  ‘미친놈! 미친놈! 미친놈!’
  마스크 속에서 입을 크게 벌려 악을 쓰는데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6.  너는 나의 양식

  오늘 낮엔 여진이와 팔이 스쳤다. 어디를 급히 가는 듯 황급히 나가고 있었다. 바깥은 폭우가 내리는데... 비밀스럽게 어디를 가나? 흰 티셔츠 안에 입은 브래지어가 선명히 보여 흠칫했다. 또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오늘 밤 한 꼭지 추가할 수 있겠다.

‘너는 나의 양식. 나는 너의 성실한 기록자’

7.  그냥 게임이라고

  “여진아, 엄마 친한 분이 강남경찰서 수사관 만나보라고 주선해 줬는데... 그동안 모은 자료 준비해서 같이 만나보자.”
  “엄마, 만나면 뭐해. 또 해결책 없다고 할 걸! 지겨워.”
  “그래도 최대한 조사가 되게 노력해 봐야지!”

  여진이 엄마는 식당을 예약해 형사와 저녁 약속을 잡았다. 집에서 떨어진 곳에 위치한 복요리 식당에는 비밀스런 룸이 있었다. 여진과 엄마가 먼저 도착해 코스 음식을 주문했다.

  10분쯤 후에 남자 두 명이 들어왔다. 사이버수사팀장이라는 형사에게 여진은 자료를 보여주고 자세히 설명했다. 입에 담기도 힘든 해시태그들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복샐러드와 복불고기, 복튀김, 복지리, 볶음밥과 죽이 차례로 나올 때까지 가벼운 이야기가 오갔다. 형사의 아들이 사귀는 애인 이야기, 요즘 젊은이들의 남녀관계에 대한 대화가 이어졌다.
 
  “이 정도는 심각한 일은 아닙니다. 더 심한 일이 너무 많아요. 사이버수사대에는 이런 일들이 수도 없이 많아 이만큼 서류가 쌓여 있어요.”
 형사는 이마 위로 손을 뻗으며 이야기했다.

  “김형사, 왜 우리 수사대에서 어제 종결한 사건 있잖아.”
  “아 그거요! 남자가 사기꾼이죠. 돈 많은 척 선물 공세에 여자 마음을 사서 결혼하기로 하고 성관계 요구했죠. 여기까지는 다 뭐 괜찮죠. 근데 촬영해서 기념하자고 해서 영상 찍어서는 음란 사이트에 팔아먹었지 뭡니까?”
  “그래서 여자한테 돈 뜯어내고 여자는 스스로 약자라고 생각하니까 신고도 못하고 돈 다 뜯기다가 일이 무마가 안 되니까 신고해서... 우리 수사대에서 그놈 집어넣었지요.”

  형사들은 신이 나서 이야기했다. 그래서 여진이 당한 일은 그에 비하면 아무 일도 아니라는 거다.

  “그럼 저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희도 너무 힘들거든요.”
 여진 엄마는 형사가 해결책을 제시해 주기를 바랐다.

  “어머니가 매일 피드 내리게  메시지 보내시고요, 학생은 신경쓰지 말고 공부하세요! 세상 살다보면 이런 일 많을 거예요. 마음 단단히 먹고...”
 한 형사가 말하자 사이버수사대 팀장이라는 형사가 덧붙인다.

  “사이버 수사대에 있다 보면 요즘 젊은 사람들 사이코 많아요. 그런 거 올리는 놈들 아무 죄책감이 없어요. 그냥 게임하는 것처럼 하는 거예요.”

  형사는 범인이 여자인 것 같다고 말했다. 1년이 다 되도록 피드는 매일 올라오고 있었으므로 그렇게 꾸준히 몰두하는 것을 남자들은 대부분 못한다는 이유다. 여자라니. 그럼 용의자 3명 말고 다른 누구? 불현 듯 여진 머릿속에 한 사람이 떠올랐다. 

  고 2때 일어났던 그 사건. 
자신을 온라인 상에서 음해하던 같은 반 그 아이와 여진에게는 상의도 없이 그 사건을 조용히 무마하기로 의논한 담임과 엄마.

  “여진아, 진희가 심리적으로 불안하고 힘들다고 하더라. 정신과 약도 먹고 있대. 이번에는 니가 이해해주겠니?”
 
‘제가 왜요? 왜 이해해 줘야 하나요? 걘 범인이라구요! 진희한테도 좋은 일이 아니라구요 선생님!’

 속으로만 외쳤던 소리가 메아리 되어 윙윙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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